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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LTE 타임] 한겨레 이순혁 기자 기고글 “산업팀에서 통신이랑 IT를 맡길까 하는데 어때?” “네~? 뭐라고요? 그게 저….” (5초간 침묵) “그러죠 뭐.” 지난 5월 경제부 산업팀으로 발령난 직후 데스크와의 전화통화 내용이다. 사실 10년 남짓 기자 생활 대부분을 군, 검찰, 경찰 등 하드(?)한 출입처에서 보낸지라 인사 때 산업팀을 지망했지만, IT 쪽을 담당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내 생김새를 보면 금세 이해하겠지만) 생김새는 물론 평소 관심사나 삶의 스타일 상 IT와는 워낙에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회사 선•후배들도 나를 두고 ‘어떻게 IT를 맡겼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출입하기 시작한 지 며칠 안 돼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받은 보도자료를 받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IP TV 가입자 500만 .. 더보기
[LTE 타임] 한겨레 이순혁 기자 기고글 왜 그랬는지 정확한 이유는 기억나지 않지만, 1990년대 말 이동전화에 가입하면서 ‘019’를 선택했다. 3㎝가량 위로 튀어나온 뭉툭한 모양의 안테나, 엄지손톱 2개 정도 크기의 흐릿한 액정, 아래쪽으로 폴더를 열어야 보였던 자판 등 이름 모를 단말기의 모양새가 아직 머릿속에 선명하다. 이 또한 정확한 이유는 기억나지 않는데, 종종 ‘제일 안 터지는 019를 왜 쓰냐?’라는 타박을 들으면서도 019를 계속 고집했다. 통신사를 갈아타면 공짜로 새 폰을 받을 수 있었고 주변 대다수가 이를 이용했지만, 나만은 왠지 그렇게 하기 싫었다. 결국, 내 돈을 주고 단말기를 사야만 했다. 대리점에서는 오래된 고객이라 할인을 해준다며 생색을 냈지만, 신규 가입에 비해서는 한참 떨어지는 조건이었다. 단말기를 내 돈 주고 .. 더보기
[LTE 타임] 어려운 기술, 쉬운 기술 – 한겨레 신문 구본권 기자 ‘디지털 치매’라는 말이 있습니다. 부모님이나 자기 집 전화번호도 생각나지 않는 경우에 ‘내가 바보가 됐나’라는 자책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의미 연관성이나 규칙을 찾을 수 없는 아라비아숫자 묶음을 많이 기억하고 있지 않다고 자탄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막내 이모’로, 연락처를 바로 찾아내 전화를 걸 수 있는, 훨씬 우월한 능력을 보유한 데 따른 불필요한 기능의 퇴화이기 때문이지요. 자동차 구조를 모르는 여성들도 운전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게 해주는 게 진짜 기술이지요. 오늘날 컴퓨터가 이처럼 대중화된 계기도 복잡한 컴퓨터언어를 외우지 않고, 그림을 보고 누르면 되는 그래픽사용자환경(GUI)이 도입되었기 때문입니다. 가장 뛰어난 기술은 드러나지 않고 사용되어 사용자가 그 존재를 모르.. 더보기
[LTE 타임] LTE와 그리움 - 한겨레 신문 구본권 기자 서울 시내 오래된 냉면집과 곰탕집을 즐겨 찾습니다. 입에 맞고 변하지 않는 맛도 좋지만, 이곳에 모여드는 어르신들의 식사하시는 풍경이 좋아서입니다. 도심은 여러 차례 새 건물로 모습을 일신했지만 젊은 시절 드나들던 식당이 그 때 그 맛을 제공해주니 어르신들이 그 때를 아는 벗들과 찾는 것이지요. 변하지 않는 풍경은 정겹습니다. 에서 개그맨 황현희씨가 전통문화 지킴이로 나와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이 다 사라졌어. 이거 죄다 어디 갔어”라고 추억을 되새기는 ‘위대한 유산’이란 코너를 흥미롭게 봤습니다. ‘위대한 문화유산’이라고 지정해 보호해야 할 것은 아니지만, 주변을 돌아보면 알게 모르게 사라져버린 게 숱하게 많고, 그 때를 아는 사람들끼리 ‘공감’한다는 내용입니다. 황현희씨가 휴대폰을 소재로 다루면 세대.. 더보기
[LTE 타임] 미래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 한겨레 신문 구본권 기자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세상이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미래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죠? 오늘은 구본권 기자가 전해주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읽어보고, 변화에 대처하는 자세에 대해 생각해보아요. ^^ “어머니, 이제껏 문제없이 지내셨는데 거추장스러운 기계를 뭐 하러 장만하시려고 하세요?” “아버지, 저도 이걸 쓰는데 일 때문에 갖고 다니지, 별로 아버지께 추천해 드리고 싶지 않네요. 그냥 전처럼 집전화 쓰시면서 지내시는 게 편하세요.” 7~8년 전에 부모님께서 ‘핸드폰이라는 게 요즘 유행이라는데 나도 좀 써보면 어떻겠냐?’라고 상의해오셨을 때, 신문기자란 아들이 답변해 드린 말입니다. 20년 넘게 신문사에서 일하면서 나름대로 세상 물정에 어두운 편은 아니라고 여겨오곤 했는데.. 더보기
[LTE 타임] LTE와 기다림 - 한겨레 신문 구본권 기자 LTE의 속도로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가끔은 ‘기다림’이 그리울 때가 있지요? 오늘은 여러분께 잠시 쉬어가는 여유를 선물해 드리고자 한겨레 신문 구본권 기자(통신업계 담당)의 ‘LTE와 기다림’이라는 글을 공유합니다. ^^ “새로운 세상에서는 가끔 즐기셔도 좋습니다.” 산사 인근 대숲에서 LTE 폰으로 를 보며 웃음을 터뜨리는 혜민 스님 출연 광고가 화제입니다. 광고의 설정을 보면서 가벼운 궁금증이 생겨났습니다. ‘스님은 그 뒤로 얼마나 자주 개콘을 보려 스마트폰을 찾을까?’ 하는 부질없는 상상이었지요. 속세와 거리를 두는 삶을 선택한 구도자야 어렵지 않게 개콘 시청에서 다시 수행 모드로 전환할 수 있겠지만, 장삼이사는 다릅니다. 엔트로피 증가 법칙으로 불리는 열역학 법칙처럼, 일단 진행되면 반대의 방..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