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남훈입니다.
'전격 Z 작전'. 아하! 하시는 분은 연식 인증을 스스로 하신 겁니다. 국민연금 내는 거 아까워하지 마시고요. 이제 조금만 있으면 연금 타실 수 있습니다. 암 보험도 꼼꼼하게 체크하시기 바랍니다. 나이 많다고 이제 가입 거부될 수도 있어요.
'전격 Z 작전(원제 Knight Rider)'은 1980년대 월요일 밤에 방송되면서 전국민적인 붐을 일으켰던 미국 드라마입니다. '초원의 집'부터 시작하는 원조 미드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데요.
<'전격 Z 작전'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에 방영된 '나이트 라이더'>
말을 하는 자동차 '킷트'와 '마이클'이 팀을 이루어 악과 싸우는 액션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정확하게 말씀드리자면 '마이클'을 태우고 달리던 자동차의 이름이 'Knight 2000'이고요, 그 자동차에 탑재된 인공지능 컴퓨터가 바로 'K.I.T.T. (Knight Industries Two Thousand)'였습니다. 'Knight2000'이 지상을 호령하는 왕자라면 하늘을 지배하는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에어울프'입니다.
헬리콥터는 음속으로 비행이 불가능하다는 정설을 깨고 미친 과학자 '찰스 헨리 모페트'가 초음속 공격용 헬리콥터 '에어울프'를 만듭니다. '나이트 2000'과 '에어울프'는 각각 '마이클'과 '빈센트'라는 주인공이 몰면서 정의를 위해서 악과 싸웁니다.
<초음속 전투 헬기의 활약을 담은 '에어울프'>
하지만 이 인기 좋은 미국드라마를 보는 데 있어서 가장 큰 문제를 바로 부모님의 방해였습니다. 월요일 밤과 주말 저녁 시간에 방송되던 이 드라마를 보기 위해선 부모님의 시선을 피하는 게 중요했습니다.
'전격 Z 작전'을 보기 위해선 아예 일찍 자는 척하는 것이 제일 좋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부모님을 방심하게 한 후 몰래 텔레비전을 켜고 이불을 뒤집어쓴 채 시청을 하는 것이죠. 그러나 에어울프는 상대적으로 힘들었던 것이 주말이라 가족들도 많고 각자 보고 싶은 채널이 있기 때문에 11번을 사수하는 것은 꽤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1980년대는 드라마와 쇼 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 TV 채널이 KBS1, KBS2, MBC 단 세 개였던 시절이었습니다. 전 당시에 다른 지역에 사는 친구들보다 조금 더 문화적 혜택(?)을 받았는데 바로 AFKN(American Forces Korean Network )을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당시 경기도 송탄 즉 미군 K-55 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곳에 살고 있었습니다. 안테나를 조금만 높게 달아도 주한미군을 위한 방송을 볼 수 있었고 이 채널을 통해서 처음으로 '프로레슬링'을 접했습니다.
제가 처음 봤던 경기는 아마도 영화 프레데터에도 출연했었던 '제시 벤추라'로 생각되는데요. 거한의 레슬러들이 온몸을 용광로에서 쏟아지는 쇳물처럼 시뻘겋게 달아오른 채 붙잡고 던지는 모습은 그리스∙로마 신화 속 신들의 전쟁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에서도 WWF 붐이 일고 '헐크 호건'과 '얼티밋 워리어'가 큰 인기를 끌었을 무렵, 전 이미 제 인생의 목표를 프로레슬러로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악당들과 싸우는 '헐크 호건'과 그의 맹우 '마초맨 랜디 세비지'. 두 사람과 삼각 관계를 형성하기도 했던 '미스 엘리자베스' 그리고 떠오르는 신예 초합금 근육 전사 '얼티밋 워리어'. 사랑, 우정, 복수, 배반이란 것들을 저는 프로레슬링을 통해서 배웠습니다.
<얼티밋 워리어와 헐크 호건>
헐리우드 키드라는 말이 있습니다만 전 이렇듯 TV 키드 입니다. '에어울프'와 '전격 Z 작전'을 통해서 이공계에 관심을, '유머 1번지'를 통해 개그에 대한 관심을, AFKN의 'WWF'를 통해 인생을 배웠지요.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TV의 영향력은 약화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오히려 여러 장점을 흡수하면서 더 양질의 콘텐츠를 유통하는 공간으로 더 진화를 했습니다. n스크린의 시대에서도 TV는 아주 유리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현대인이 가장 편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집이란 공간에서 거실 한 벽면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거실은 구조상 가족 구성원들이 외부에서 온 손님이나 은 가족 구성원을 만나는 장소이기도 하며 수면을 제외하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목 좋은 곳에 있는 대형마트를 TV에 비유하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그만큼 다른 여러 디바이스들이 등장했음에도 그 위력이 약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지요.
이 TV가 더 강해졌습니다. TV가 보여주는 가장 첨단진화형태가 바로 IPTV입니다. IPTV는 인터넷 프로토콜 기반의 플랫폼이기 때문에 기존의 케이블이나 위성과 같은 TV와는 다른 여러 가지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단방향으로 다운로딩하는 것이 아니므로 단순히 채널을 선택하는 것뿐 아니라 직접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골라서 볼 수도 있습니다.
LG U+ TV 같은 경우는 TV 한 대로 동시에 4개 화면을 즐길 수 있고, '세컨드TV'나 '폰 to TV'로 공간과 구성원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유튜브를 통해서 직접 콘텐츠를 골라서 볼 수도 있습니다. 인터넷 콘텐츠의 광대한 바다라고 할 수 있는 유튜브에는 프로레슬러 김남훈의 3년 전 일본시합 영상까지 있습니다. 물론 '전격 Z 작전'이나 '에어울프'의 메이킹 다큐멘터리나 예고편도 볼 수 있지요.
기술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격세지감을 느낀다는 건 그만큼 나이를 먹었다는 겁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국민연금 탈 때가 점점 다가온다는 것이죠. 그런데 IPTV 리모컨을 만지작 할 때마다 이 기적 같은 기술의 발전에 눈이 휘둥그레해집니다.
TV 프로그램 즉 TV 콘텐츠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자에게 팔 수 있는 가장 궁극의 콘텐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콘텐츠 안에는 드라마, 영화, 예능, 다큐멘터리, 스포츠 모든 장르가 포함됩니다. TV의 문화적 편식현상을 이야기하며 바보상자라고 이야기합니다만 친구와 놀 공간도 없고 문화적 시설도 없던 기지촌 소년에게 TV는 가장 좋은 친구였습니다. 리모컨으로 내가 원하는 걸 모두 취사선택할 수 있게 된 지금, TV가 어떻게 영향력을 키워가며 또 우린 어떻게 받아들일지 정말 기대가 됩니다.
그나저나 정말 '킷트'랑 '에어울프'가 정말로 싸우면 누가 이길까요? 누가 이거 진짜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주시면 안 될까요? 그럼 제가 1,000원 내고 유료로 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