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시장에 또 다시 보조금 망령이 드는 모양이다. 연초에 이동통신 3사가 영업정지에 들어간 후 오히려 보조금 경쟁이 심해지다가, 이후 대통령을 비롯해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등 정부 측에서 과도한 보조금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보낸 뒤 잠깐 수그러들던 보조금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보조금을 단속하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소비자에게 이득이 되는 건데 왜 규제를 하냐고 한다. 언뜻 보기엔 맞는 말 같다. 소비자들이 비싼 최신 스마트폰을 저렴하게 구매할수록 좋은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혜택이 소비자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정부는 보조금 상한선을 27만원으로 정해 놓고 있다. 보통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보조금 규모는 이를 훌쩍 넘기는 게 대부분인데, 이렇게 쓰는 마케팅비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보조금 규모도 때마다 들쭉날쭉이다.
타이밍을 잘 못 맞춘 소비자들은 고가를 내고 스마트폰을 구매할 수 밖에 없다.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제 값을 치른 소비자들에게서 벌어들인 돈을 보조금에 투입한다. 똑같은 스마트폰을 누구는 헐값에 구매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수십만 원을 지불해 구매하는 것이다. 공정하지 않은 게임이다.
따라서 모든 소비자들이 골고루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자사 서비스를 오래 이용한 사람들을 위한 장기 고객 혜택 프로그램이나, 타사에는 없는 기발한 요금제도 고객 유인에 활용할 수 있다.
고객 유치를 위해 보조금을 대거 투입하는 행위는 그야말로 아무런 고민이 들어가지 않은, 어떻게 보면 가장 쉬운 해법이다. 그러나 누구에게도 이득될 게 없다. 이렇게 끌어 들인 고객은 해당 이동통신사에 대한 로열티가 낮기 때문에 또 다시 보조금을 많이 투입하는 이동통신사로 쉽게 이동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지금처럼 알뜰폰(MVNO) 사업자들이 범람하는 시기라면, 기존 이동통신사들의 지위도 과거처럼 보장 받을 수 없다. 고민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얘기다.
파이낸셜뉴스 이설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