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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맨과 스트리밍

 

 

나는 이른바 8090 세대다. 서태지가 등장했을 때 막 중학생이었고, HOT가 '10대들의 우상'이었을 시절엔 고등학생이었다.

 

당연히 친구들 사이에서 워크맨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등·하교 때는 물론이고, 야간 자율학습 때도 나를 포함한 친구들 귀에 항상 이어폰이 꽂혀 있었다. 당연히 그 때는 카세트 테이프가 들어가는 워크맨이 대세였다.

 

그러다 어느 순간 CD 플레이어가 등장했다. 당시, 카세트 테이프와는 비교할 수 없이 깨끗한 음질에, 리모컨 버튼만 한번 눌러주면 원하는 곡을 곧바로 들을 수 있는 CD 플레이어에 감탄 했던 기억이 난다.

 

대학생이 되어서는 PC로 듣는 무료 음악이 대세가 됐고, MP3 파일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비로소 아날로그 음악이 디지털화된 시기에 접어든 것이다. 우리나라에 초고속 인터넷 망이 발달하면서, 덩달아 음원 공유 사이트들이 인기를 끌었던 기억도 난다.

 

크기가 작아 휴대성도 좋으면서, 음질도 CD 플레이어에 뒤지지 않는 MP3 플레이어의 시대가 자연스럽게 왔다. 음원 공유 사이트를 통해 얻은 MP3 파일을 MP3 플레이어에 넣어 가지고 다녔다.

 

휴대폰에 다양한 기능이 들어간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부터는 MP3 플레이어도 필요 없게 됐다. MP3 파일을 스마트폰에 넣으면 음악을 듣는 중에 버튼 한 번만 누르면 전화도 받을 수 있으니까. 음원 사이트에 가입해 월 정액을 내고 매달 일정량의 MP3 파일을 다운 받아 스마트폰에 넣어 다녔다.

 

그런데 이제는 이마저도 필요 없게 됐다. 이동통신망이 발달하면서 MP3 파일을 굳이 내려 받을 필요도 없이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내가 가입한 음원 서비스 사이트가 보유한 음원들은 언제든 들을 수 있으므로, 스마트폰 용량의 한계도 벗어났고, 롱텀레볼루션(LTE) 서비스 발달로 버퍼링 걱정도 없다. 굳이 음원을 내려 받느라 시간을 투자할 필요도 없다.

 

워크맨과 스트리밍. 불과 십 수만에 세상이 참 많이도 바뀌었다. 매번 뭔가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가 나올 때마다, 세상이 더 이상 발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했었다. 그런데 이제 기술과 서비스의 무궁무진한 발전을 의심하지 않는다. 앞으로 내가 더 살게 될 수십 년간 또 어떤 서비스와 기술이 내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줄지 기대가 크다.

 

파이낸셜 뉴스 이설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