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숫자3이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가위바위보를 해도 삼세판을 해야 되고 고스톱을 치려고 해도 적어도 3명은 있어야 한다.
역사적으로도 3은 중요하다. 위, 촉, 오 세 나라가 겨룬 삼국지에서 유비, 관우, 장비 세 사람이 의형제를 맺고 유비는 제갈량의 초가집을 세 번 찾아가 마침내 그를 참모로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3김을 빼고 한국 근대정치를 얘기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이번 대선도 3자 구도가 펼쳐지고 있다. 올림픽도 3위까지 즉 금, 은, 동메달 수상자가 시상대에 오른다.
양치질은 하루 3번, 식후 3분 안에, 3분 동안 해야 하니 이쯤 되면 숫자3은 사람들과 결코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혹자는 숫자3이 주는 안정감을 원인으로 꼽는다. 혼자는 외롭고 경쟁자가 없어 나태해지기 쉽다. 두 명은 상대방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점에서 답답하다. 네 명 또한 식사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둘로 나뉘어 서로 다른 얘기를 하는 광경을 쉽게 발견한다. 결론은 3명이다. 통신업계 또한 대표적 예다. 10년 넘게 지금과 같은 통신3강 구도가 이어지고 있고 가입자 규모 또한 5대3대2의 일정한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자칫하면 나를 빼고 두 명이 한 편을 먹을 수 있다는 점이 늘 긴장감을 불러일으켜 결과적으로 선순환을 가져왔다.
변수는 무대가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과 모바일의 발달로 국경이 허물어지면서 세계 곳곳에서 국내외 기업이 뒤섞여 한꺼번에 경쟁하는 일이 많아졌다. 사업영역도 융합되면서 누가 누구의 경쟁상대인지 여부도 모호해졌다. 숫자3의 의미가 예전보다 많이 축소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가장 먼저 LTE 전국망 구축을 완료하고 통신업계 판을 뒤흔든 LG유플러스의 도전은 그래서 평가받을 만하다. 3자 구도에 안주할 수 없을 정도로 눈부시게 변하는 사업 환경에서 부단한 ‘혁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