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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E 타임]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놈이 번다더니…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놈이 번다더니….”

 

지난 9월 초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던 이동전화 시장 보조금 전쟁이 잠잠해진 뒤 한 업계 관계자가 내놓은 말이다. 이동통신사들이 막대한 보조금을 줘가며 가입자를 모집하고 나섰건만, 실속은 제조사들이 챙겼다는 얘기였다. 이미 포화한 시장에서 이통사들은 서로 뺏고 빼앗기는 싸움을 벌였을 뿐이고, 단말기 수요 폭증에 따라 삼성전자 등 제조사들만 재미를 본 것이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 삼성전자 3분기 실적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매출이 52조, 영업이익이 8조1000억원에 달했다. 1등 공신은? 물론 스마트폰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IM(통신)부문에서 5조4000억원 이상, 반도체부문이 1조2000억원 가량”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에 반해 이동통신사들은 어떤가? 3분기 실적 발표 전이지만, 기본요금 1,000원 인하에 LTE 설비투자 확충, 마케팅비 증가 등으로 인해 사상 최악 실적을 내놓으리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시장 포화에 따라 이통사들의 매출 규모는 정체되고 있고, 영업이익률도 하락세라는 것은 이제 뉴스거리도 아니다. 실적만이 아니다. C(콘텐츠), P(플랫폼), N(네트워크), T(터미널•단말기)를 아우르는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헤게모니(주도권)까지 어느새 물에 녹듯이 사라졌다.
 
그렇다면, 업계 내부는 어떤가? 3사 모두 4G 서비스인 LTE를 계기로 도약을 노리고 있다. LGU+는 선도사업자로서 분위기 반전을 꾀해볼 만 할 것이다. 부채비율이 높아지는 등 재무구조가 악화했지만, ARPU가 높아지고 있고 ‘우리도 이제 3등에서 탈출해 뭔가 해볼 수 있다’는 분위기 전환은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상을 향한 노력과 별개로, 현실에 대한 차분한 분석은 필요한 법. 2007년 3G 런칭 때를 돌이켜보자. 당시는 KTF가 주도자였다. KTF는 SK텔레콤보다 두 달 앞선 2007년 3월1일 3G 서비스 ‘SHOW’를 런칭하며 만년 2위 탈출을 위해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시장은 변하지 않았다. 선도업체인 SK텔레콤의 막강한 ‘화력’ 앞에서는 ‘선도적 서비스’가 별 힘을 쓸 수 없었다. SK텔레콤은 2년 뒤인 2009년 3G에서도 1위 사업자로 올라섰다. KT는 2009년에는 아이폰을 도입하며 또다시 반전을 꾀했지만, 아시다시피 시장 점유율 변화는 거의 없었다.

 

애써 뭔가 열심히 해보려는 이 앞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만 해대는 사람은 미움받기 십상이다. 통신업계를 담당하게 된 지 반년도 채 되지 않는 ‘구경꾼’으로서, 그런 사실을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이렇게 미움받을 소리만 하게 된다. 그만큼 통신시장이 재미가 없어 보인다는 얘기다.
 
그래서, 기대한다. 이런 ‘구경꾼’의 생각과 판단이 편견이었음을 증명해줄 뭔가가 나오기를. 시장에서는 혁신이라고 부를 뭔가를. 그런 뭔가가 등장해 통신업계도 흥이 나고, 시니컬한 구경꾼도 즐거워질 수 있는…. 기왕이면 ‘꼴찌사’인 LGU+에서 나오면 더 반갑겠고~.

 

한겨레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