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세상이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미래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죠? 오늘은 <한겨레> 구본권 기자가 전해주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읽어보고, 변화에 대처하는 자세에 대해 생각해보아요. ^^
“어머니, 이제껏 문제없이 지내셨는데 거추장스러운 기계를 뭐 하러 장만하시려고 하세요?”
“아버지, 저도 이걸 쓰는데 일 때문에 갖고 다니지, 별로 아버지께 추천해 드리고 싶지 않네요. 그냥 전처럼 집전화 쓰시면서 지내시는 게 편하세요.”
7~8년 전에 부모님께서 ‘핸드폰이라는 게 요즘 유행이라는데 나도 좀 써보면 어떻겠냐?’라고 상의해오셨을 때, 신문기자란 아들이 답변해 드린 말입니다.
20년 넘게 신문사에서 일하면서 나름대로 세상 물정에 어두운 편은 아니라고 여겨오곤 했는데, 이따금 어처구니없는 판단을 하기도 합니다. 당시 저는 핸드폰이 업무용이라고 여겨 가족들이 휴대전화를 구입하겠다고 할 때마다 “그게 왜 필요하냐”며 ‘반대’를 해왔습니다. 아내가 휴대전화를 장만할 때도, 초등학교에 다니던 아이들이 핸드폰을 사달라고 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금 가족 6명의 핸드폰 사용료를 내고 있는 처지에서 그때를 되돌아보면 부모님께, 처자에게 면목이 없는 대목입니다. 가족 6명 중 가장 먼저 휴대전화를 장만해 쓰고 있지만, 그 활용도로 보면 제가 가장 뒤진 것 같습니다. 휴대폰에 그렇게 많은 기능이 숨어 있었나를 발견하게 만드는 10대의 자녀야 그렇다 쳐도, 아내나 부모님도 저보다 한결 다양한 용도로 휴대폰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가족들의 삶에 필수적이고 중요한 도구인 휴대전화를, ‘믿어왔던 아들이, 남편이, 아빠가 적극 차단하려 했다니...’, 생각할수록 체면이 말이 아닌 장면입니다.
지난 2009년 11월 경기도 파주출판도시에서 열린 국제출판포럼에서 미래학계의 세계적 대부인 하와이대 제임스 데이터 교수를 만나서 이런 얘기를 했더니 데이터 교수가 환호하며 맞장구를 쳐줬습니다.
“그게 바로 기술이고, 그게 바로 미래입니다. 나도 그랬습니다.” 미래학 석학인 데이터 교수에게 항상 많은 사람들이 “미래가 어떻게 될 것입니까”라고 묻지만, 그 미래는 제대로 예측되기 어렵기 때문에 미래학이 존재한다는 얘기였습니다.
지금 통신 3사는 LTE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습니다. 국내외의 사례는 물론 가입자들의 사용 패턴 등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단계별 계획을 세워왔습니다. 언제 LTE 서비스를 수도권에서 주요 84개 도시로 확대하고, 전국 읍면동까지 커버하고, 음성통화마저 패킷 형태로 서비스하는 VoLTE를 언제 도입할지에 대해 차근차근 계획을 수립했지만, 예상보다 계획이 크게 앞당겨졌습니다. LTE 가입자 증가 속도가 각 통신업체의 예상보다 빠르고, 소비자들의 신기술에 대한 수요가 기대 이상이었기 때문입니다.
꼭 미래를 잘 예측하려고 애쓸 필요 없습니다. 주가처럼 아무리 과학적 이론을 세워서 예상하려 한다 해도 실제와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알면, 그걸 어떻게 받아들일까 고민하는 게 지혜로운 것입니다. 가족 6명의 휴대전화비가 당연한 것처럼 말입니다.
구본권 <한겨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