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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보다 중요한 것

 

종이가 귀하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종이 대신 돌 위에다 글씨 연습을 했다던 한석봉 때까지 올라갈 필요도 없이 우리 부모님 세대도 종이가 귀해 공책은 물론 책도 흔하지 않았다 한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PC에 뭐든 쓰고, 버튼만 누르면 몇 장이든 인쇄할 수 있다. 종이가 없다면 스마트폰을 대신 써도 된다. 생각을 정리해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도구들이 그야말로 주변에 널렸다.

 

환경이 좋아진 만큼 그 내용도 좋아졌을까? 취재를 하다 보면 자유에 대해 종종 생각하게 된다. 내가 기자생활을 하기 시작했던 2000년대 초 중반에는 인터넷 세상에 표현의 자유를 도입해야 할 지가 이슈였다. 누구든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고, 그걸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나는 표현의 자유에 동의했었다. 그렇게 우리 인터넷도 표현의 자유를 도입해 참여 민주주의의 도구로 이용되며 한 단계 발전할 수 있었다고 본다.

 

요즘도 그 때의 생각에서 크게 변화는 없지만 여기에 또 다른 생각들이 덧붙여졌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해도 그 제도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그 수준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거다.

 

요즘 사회적인 논란이 되는 일간베스트저장소라는 사이트나, 포털 사이트 속 수많은 기사에 붙어있는 악플들을 보면 더욱 그렇다. 표현의 자유가 역사 왜곡이나 타인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들을 보고 있자면 표현의 자유라는 소중한 가치에 흠집이 생기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인터넷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자는 운동이나, 선플 운동 등이 종종 벌어지지만 이 또한 구호에 그치고 있다. 문화는 한 순간에 정착되지 않는다. 인내심을 가지고, 장기적으로 꾸준히 진행된 교육을 통해 자연스럽게 정착되는 것이다. 어릴 때 국영수 과목에 비해 무시 당했던 도덕 및 윤리 교육이 요즘 같은 세상에는 더욱 강조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조금은 비켜간 얘기지만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내가 발전된 환경에서 편하게 쓰는 글이 이 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파이낸셜뉴스 이설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