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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의 플러그를 뽑아볼까요?

제 아내 잔소리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은 정리정돈에 관한 것입니다. 특히 컴퓨터와 TV 주변은 아내 잔소리를 부르는 상습 우범지역입니다. 범인은 다름 아닌 선(Wire)입니다. 선이 꼬인 책상 뒷면은 아무리 정리하고 청소해도 늘 지저분하기 때문이죠.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말도 있듯이, 누군가 그 지저분한 책상이, 아니면 아내 잔소리가 참 싫었나 봅니다. 무선(Wireless)이라는 멋진 기술을 만들어 냈으니 말이죠. 인터넷 선부터 없애기 시작해서, 키보드, 마우스는 요즈음 무선으로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오디오나 비디오 신호도 무선으로 주고 받을 수 있을 정도로 기술발전 속도는 놀랍습니다.

 

덕분에 많은 선이 없어졌지만, 여전히 없어지지 않는 선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전원입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배터리를 쓰는 디지털기기들이 늘어나면서 기껏 힘들게 정리한 책상은 이제 충전케이블로 다시 지저분해지고 있습니다. 전원케이블, 충전케이블마저 깔끔하게 정리할 수는 없을까? 무엇보다 배터리 사용시간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까? 이런 고민에서 시작한 기술이 바로 무선충전기술이며,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활발한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선보이는 스마트폰이 제법 많은 전원을 쓰다 보니 주목 받고 있지만, 무선충전은 생각보다 그 역사가 제법 오래된 기술입니다. 예를 들면 전동칫솔이나 면도기가 집에서 쓰인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듯합니다.

 

기술적으로 나누면 자기유도방식, 자기공명방식 그리고 전자기파 방식의 3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원조 격이라 할 수 있는 자기유도방식부터 알아보지요.

 

자기유도방식은 쉽게 말해서 단말기와 충전기가 접촉하면서 충전하는 방식입니다. 전류가 흐르면서 생기는 자기장이 새로운 전류를 만드는 원리를 이용한 것입니다. 무선충전기와 휴대폰에 자석이 들어있고 이 사이에 생기는 자기장에 전류를 함께 보내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기유도방식 충전기에 휴대폰을 놓으면 철썩 달라붙는 느낌이 듭니다.

 

<자기유도방식 제품>

 

가장 오랫동안 쓰인 기술인 덕분에 충전효율이 높다는 것이 무엇보다 큰 장점입니다. 현재까지는 유선충전대비 약 90% 정도의 충전효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자성을 이용하다 보니 단말기가 충전기로부터 멀리 떨어지면 충전 효율이 크게 떨어집니다. 그래서 접촉식 충전방식이라고도 합니다. 충전기에 똑바로 제 위치를 잡아 올려두어야만 제대로 충전되는 것도 단점입니다.

 

자기유도방식이 갖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새롭게 만들어진 기술이 바로 자기공명 방식입니다. 충전기 코일에서 공진주파수로 진동하는 자기장을 만들고, 같은 공진 주파수로 설계된 휴대폰 코일에만 에너지가 집중적으로 전달되도록 하는 것이 바로 자기공명 방식입니다.

 

덕분에 충전기와 휴대폰 사이에 케이스 같은 것이 있어도 충전에 별다른 문제가 없습니다. 충전기에 휴대폰을 아무렇게나 올려놓아도 문제없습니다. 보통 1M 내에서는 앞에 설명한 자기유도방식과 별 차이가 없고, 2M 정도 떨어지면 유선대비 약 40% 정도 효율을 보일 정도로 기술개발이 진행된 상태입니다. 무선 충전기 하나에 휴대폰 여러 대를 올려놓아도 한 번에 충전할 수 있습니다. 앞선 자기유도방식과 비교하면 한결 발전한 방식입니다.

 

<자기공명 방식은 더 먼 거리에서 충전이 가능합니다>

 

당연히 요즈음 휴대폰 회사들의 관심은 자기유도방식이 아닌 자기공명 방식에 모이고 있습니다. 충전기 근처에 있으면 굳이 선을 연결하지 않아도 저절로 충전되니 무척 편합니다. 혹시나 싶은 전자파 문제는 인체에 해가 없는 주파수를 써서 극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앞서 설명한 대로 상대적으로 충전효율이 떨어집니다. 회사마다 이해관계에 첨예한 까닭에 아직 표준화가 되어 있지 않은 점도 문제입니다. 아직은 발열도 제법 있습니다. 특히 주파수가 제대로 맞지 않을 때 그렇습니다.

 

어쨌든 기술은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결국 관건은 표준화와 인프라, 그리고 값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시는 것처럼 지금도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은 충전 케이블이 호환 되지 않습니다. 하긴 불과 얼마 전까지 안드로이드폰도 제조사마다 제각각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마이크로 5핀으로 사실상 통일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무선충전방식 역시 통일될 것으로 내다보는 이들이 많습니다.

 

지금 당장 무선 충전을 맛보시려면 갤럭시S4와 옵티머스G Pro가 대답이 될 수 있습니다. 두 제품 모두 자기유도방식으로, 갤럭시S4는 따로 돈을 주고 사야 하지만, 옵티머스G Pro는 이벤트 기간에는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에게는 좋은 소식입니다. 몇몇 업체에서는 좀 더 값이 싼 호환제품도 선보이고 있기도 합니다.

 

<갤럭시S4 무선충전패드>

 

문제는 결국 값입니다. 아직 무선 충전을 위한 충전세트는 상당히 비싼 편입니다. 제품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0만 원 정도는 주어야 무선충전세트를 쓸 수 있습니다. 게다가 전용제품인 까닭에 휴대폰을 바꾸면 쓰지 못합니다. 그런 이유로 비용이라는 점만 고려하면 USB 케이블을 쓰는 게 더 쌉니다. 게다가 빠르지요.

 

그래서 무선 충전이 제대로 빛을 발하려면 앞서 설명한 대로 충전기는 곳곳에 인프라처럼 깔릴 필요가 있는 것이지요. 규격이 통일되고 값도 적당한 수준으로 떨어지면 인프라가 문제가 될 것입니다. 즉, 얼마나 많이 충전할 수 있는 충전기(스테이션)이 깔리는가 하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이미 미국에서는 공항이나 커피숍을 중심으로 무선충전기를 설치하는 구역이 늘고 있습니다.

 

<이미 보스턴 스타벅스 일부 매장은 무선충전기가 설치되고 있습니다>

 

아마도 자기공명 방식은 이런 인프라에서 좀 더 강점이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와이파이프리존처럼 특정 지역에 가면 충전되는 식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이를 잘 활용하면 "우리 커피숍은 무선 충전이 공짜"라거나 "쇼핑과 함께 휴대폰을 충전하세요. XX마트"라는 식의 마케팅도 충분히 예상해 봄 직합니다. 관련 특허 역시 활발하게 출원되고 있다고 하니 머지않아 이런 날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때쯤이면 아내 잔소리도 조금은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