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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과 보조금, 그리고 서비스

 

일반적으로 휴대폰을 살 때 가장 먼저 체크하는 것이 '가격'이다. 한 푼이라도 더 싸게 사기 위해 오프라인 휴대폰 대리점을 돌아다니며 발품을 파는가 하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최저가를 검색해 사기도 한다.

 

가격에 신경 쓰다 보니 통신품질은 어떤지, 어느 회사가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요금제는 뭐가 있는지는 뒷전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우리나라 이동통신3사의 통화품질과 서비스, 단말기 출시 시점 등이 상향평준화 됐다고 볼 수 있겠다. 동시에 나쁘게 말하면 서비스 차별화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도 된다.

 

자연히 이통사들은 보조금 투입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이통3사 간의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서비스 차별화는 쉽지 않은데 국토가 좁아 네트워크 커버리지 우위는 금방 따라잡히고, 내수시장이 작아 시장 세분화도 생각처럼 만만찮다.

 

이런 상황에서 당장 눈앞에서 보조금 한두 푼에 영업실적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을 마냥 외면하지 못하는 기업의 입장도 심정적으로 이해는 된다. "경쟁사가 치고 나오면 어쩔 수 없이 따라가야 한다"는 변명도 같은 맥락이라고 치자.

 

문제는 보조금 과당 경쟁이 위험 수준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이통사는 막대한 보조금, 마케팅 비용에 허리가 휘청인다. 매출 대비 마케팅 비용의 비중은 계속 높아져가고 영업이익은 몇 십 퍼센트씩 뚝뚝 떨어지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이익인가.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얼핏 보면 99만원짜리 LTE 스마트폰을 17만원에 사면 이득을 본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단말기 자체는 싸게 구입했다고 해도 결국은 비싼 요금을 내야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또 보조금은 경쟁사에게서 가입자를 뺏어오기 위해 주로 번호이동 고객을 위주로 지급되기 때문에 기존 고객들에게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즉, 일부 고객의 저렴한 휴대폰에 따른 부담이 전체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되는 셈이다.

 

정부가 휴대폰 보조금 가이드 라인을 정하고 규제하고 있지만, 상황은 간단치 않다. 보조금 과다 지급 외에도 높은 단말기 출고가, 불투명한 판매점 유통구조, 보조금 규제 방식 등 손대야 할 곳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최근 들어 바뀐 시장 분위기다. 이통 3사는 보조금이 아닌 '서비스 경쟁'을 하겠다며 각종 요금제와 서비스를 내놨다. SK텔레콤이 내놓은 'T끼리' 요금제, KT의 '모두 다 올레' 및 '유선무선 완전무한', LG 유플러스의 'LTE 음성 무한자유' 등이 그 결과물이다.

 

이를 통해 음성통화를 많이 쓰는 소비자는 적지 않은 이득을 보게 됐다. 대리운전, 택배기사 등 생계형 음성통화 이용자들은 말할 것도 없다. 3사의 요금제가 다소 유사한 것은 너그러이 넘어가자. 기자는 경쟁에 따른 결과로 피치 못할 선택이었다고 하더라도 이통3사 모두 망내외, 유무선 간 음성통화를 무제한 요금제를 내놨다는 것 자체에 점수를 주고 싶다.

 

또 LG유플러스는 지난 2일 LTE 특화서비스 5총을 선보이며 LTE 경쟁 우위를 점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풀 클라우드 기반 U+ 내비, 풀HD U+ 쇼핑, 모바일 IPTV U+ HDTV 2.0, 클라우드게임 서비스 C-게임즈, 고품질 음악서비스 HD뮤직 등이다.

 

기대된다. 향후 SK텔레콤, KT 역시 각종 LTE 서비스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보조금 경쟁만큼이나 이통3사의 LTE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졌으면 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의 LTE 생활의 질 역시 높아지길 바란다.

 

지디넷 코리아 정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