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도 고객 중심으로 성장해야 합니다. 어렵지만 LG유플러스가 가장 잘하는 것이기도 하죠.
싸이월드, 네이버, 카카오로 이어진 커리어. 대한민국 플랫폼 서비스의 성장과 궤를 함께했던 그가 차기 행선지로 LG유플러스를 선택했을 때, 많은 사람이 이유를 궁금해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리고 그 물음표에 그는 거침없이 답했다. "유플러스는 변화하려는 의지가 가장 강했고, 고객 중심에 가장 진심이니까요."
"모든 서비스는 ‘인피니스타’스러움 위에서 출발합니다."
정현주 전무가 이전에 몸담았던 플랫폼 기업들은 모두 IT 산업의 성장과 함께 새롭게 등장했던 뉴페이스들이었기에, 대기업인 유플러스로 몸을 옮기는 결정에 걱정과 주저함도 있었다. 하지만 그 걱정을 누그러뜨리게 했던 것은 결국 유플러스가 가장 중시하는 가치, '고객 중심'이었다. 플랫폼 서비스는 그 어떤 서비스보다도 고객이 중심인 분야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정 전무는 2천만 명의 고객이 서로 연결된 통신업이 새로운 플랫폼의 실마리가 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이 실마리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 유플러스가 만든 신사업 조직 "인피니스타"였다.
'고객 일상을 가치 있게 만드는, 세상에 없던 천만 라이프 플랫폼'을 목표로 만들어진 인피니스타. 스타트업의 유연한 업무 수행 방식을 도입하여 사업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모든 일을 직접 수행하는 이 조직을 이끄는 사람이 바로 정현주 전무다.
"내 눈에만 좋은 것 또는 내부 사정에 따라 방법을 선택하기 보다 진짜 고객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이죠. 이런 ‘인피니스타’스러움 위에서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고 또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신사업 추진 동력은, 다름 아닌 '신속하고 유연한 소통'이죠."
"서로의 생각을 솔직하게 나누고 조직의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신속하고 유연한 소통'이 조직을 성장시키고 발전시키는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인피니스타만의 신사업 추진 동력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돌아온 답이다. 사실 인피니스타의 170명 구성원 중 절반 이상이 타 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다. 출발점이 다른 사람들을 하나의 통로로 모으는 일은 실로 어려운 일이었는데, 이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그가 가장 먼저 확립한 것은 다름 아닌 '신속하고 유연한 소통'이었다.
유플러스에서는 기본적으로 ‘님’ 호칭을 사용하고 있다. 모든 구성원이 수평적으로 소통하고 서로 존중하는 의미이다. 정 전무도 모두에게 ‘현주님’ 또는 영어 이름인 ‘Hazel’로 불린다. 또한, 인피니스타는 월 1회 정기 소통세션인 ‘We Hour(위 아워)’를 통해 전 조직원이 사업 현황을 공유하고 나아갈 방향에 대해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때 발휘되는 핵심 가치는 Own the Problem. 문제 공유에 그치지 않고 상호 존중하며 해결책까지 함께 제시한다. 또한 매주 금요일 1:1 면담을 할 수 있는 Open Hour(오픈 아워)도 운영 중이다. 오픈 아워에는 구성원 누구든 조직장과 대화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데, 정 전무는 이렇게 덧붙였다.
"이런 시간을 통해 업무를 둘러싼 환경, 개인의 성장 등 폭넓게 이야기를 나누는데 결국 이런 대화가 업무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이러한 소통문화의 근본은 수평적인 조직문화로 볼 수도 있겠지만, 정확하게는 동질감이었다. 구성원과 조직장 모두 ‘고객’을 위한다는 동질감 말이다.
"플랫폼 서비스의 매력은 생명력에 있다고 생각해요."
플랫폼 서비스의 매력은 생명력에 있다는 정현주 전무. 그도 그럴 것이 서비스가 고객에게 유용하게 사용되면 서비스는 자생력을 가지고 하루가 다르게 성장한다. 그래서 고객이 유용함을 실감하는 순간까지 꾸준하게 운영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유용한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 고객의 일상을 자세히 관찰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출시한 대표적인 서비스가 스포츠 커뮤니티 플랫폼 '스포키(sproki)'와 기록 플랫폼 '베터(BETTER)'였다.
지난해 10월 출시한 스포키는 스포츠 팬들을 위한 즐길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종목별 국내외 다양한 리그의 최신 뉴스와 방송 영상, 축구 및 야구 실시간 영상 중계, 이용자 간 댓글을 통해 소통할 수 있는 스포키톡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스포츠 팬들의 니즈를 꼼꼼하게 맞춘 덕분에 출시 3개월 만에 누적 사용자 수 520만 명, 누적 방문 건수도 1,150만 건을 가뿐히 돌파했다. 정 전무는 "앞으로도 다양한 스포츠 팬들의 니즈를 빠르게 파악하고 적재적소에 새로운 서비스와 기능을 선보여 대한민국 대표 놀이 플랫폼으로 성장시킬 예정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올해 3월에 출시한 SNS 베터(BETTER)는 조금 더 특별하다. 정 전무는 고객의 일상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2535 세대의 기록 트렌드에 주목했고, 그 결과 두 가지 니즈를 발견할 수 있었다. 타인에게 영향을 주고 싶은 니즈, 그리고 자신을 위한 기록을 남기려는 니즈. 이 두 가지 니즈를 모두 충족시키기 위해 기획한 것이 바로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베터였다. 베터는 사진과 함께 1,000자 이내의 가벼운 글을 기록하는 것에 최적화되어 있어, 기록에 대한 부담감 없이 자신의 일상을 자유롭게 남길 수 있다. 원하는 주제별 사진과 글을 업로드하는 '보드', 완료일 설정 시 디데이 기능을 제공하는 '목표 달성', 다른 SNS로 공유하는 '소셜 공유' 등을 제공 중이다. 꾸준한 기록을 통해 자신을 알아가고, 비슷한 방향성을 가진 타인과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 베터는 고객이 스스로 단단한 자신을 쌓아 나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통신업에 'Why Not?'이라는 질문을 던졌더니, 너겟(nerget)이 탄생했죠."
스포키와 베터가 각각 고객의 놀이와 고객의 기록에 주안점을 두었다면, 이번에 출시된 너겟(nerget)의 주안점은 고객의 요금제에 Why Not? 정신을 반영했다.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고객들의 취향을 반영하여 '고객이 스스로 요금제를 조합할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으로 선택 가능한 옵션을 대폭 늘렸고, 그 결과 요금제를 직접 설계해 사용한 만큼만 내는 신개념 요금제를 탄생시켰다.
이에 더해, 기본 제공량 소진 뒤 고사양 게임이나 고화질 동영상을 즐길 때 부족함을 느끼지 않도록, 피자에 토핑을 추가하듯이 데이터나 영상 통화 옵션을 추가 구매할 수 있는 '토핑(Topping)'도 함께 내놓았다. 특정 시간 동안 무제한으로 데이터를 쓸 수 있는 '타임 부스터' 옵션과, 테더링 데이터를 충전하는 '테더링 부스터' 옵션, 영상·부가통화를 충전하는 '영상·부가통화 부스터' 옵션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데이터가 남더라도 소멸하는 기존 요금제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합리적인 2030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고심한 결과다.
정현주 전무는 평소 SNS와 커뮤니티 플랫폼을 즐겨 사용하며 서비스의 실마리를 얻곤 한다.
"SNS는 아이디어의 원천이라고 생각해요.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담고 있는 총집합이니까요. SNS를 통해 시장의 변화와 콘텐츠 트렌드를 살피면서, 우리 서비스에 어떤 아이디어를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죠."
"이 일을 할 때 가슴이 뛰느냐를 중요시해요."
기존의 질서나 답습의 영역이 없기 때문에 새롭게 만들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는 것은 그만큼 조율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 전무는 구성원들이 저마다 업무 체크 포인트와 커뮤니케이션의 범위가 다르기에 처음에는 어려움도 컸다고 한다. 정 전무에게 "구성원들의 시너지를 위해 중요시하는 부분이 있다면"이라는 질문을 건넸고 그녀는 '동기부여'라고 대답했다.
"사람들은 사실 자신이 이 일을 할 때 가슴이 뛰느냐를 중요시해요. 어려워 보이는 미션이지만 오히려 그 어려움이 동기라는 에너지로 작용하고요. 이런 동기를 서로 같이 가지게 될 때 시너지가 생기는 것 같아요. 같이 가슴 뛰게 만드는 것, 그게 중요하죠."
이 대답은 유플러스 황현식 대표가 인피니스타에 당부했던 '변화 앞에 치열할 것'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었다. 동시에, 기나긴 개발 과정에서 지칠 때마다 구성원들끼리 의지를 다질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원동력이 되었던 말이기도 했다.
[한걸음 더, 리더가 답하다]
+1. 신사업 아이템을 발굴해서 빠르게 서비스 개발까지 이어지려면 업무 수행 방식도 남다를 것 같습니다.
슬랙, 컨플루언스, G-suite 같이 유연하고 빠른 소통이 가능한 협업 툴을 도입했습니다. 또한 빠른 서비스 개발을 위해 유저 시나리오와 피쳐가 정의되고 나면 동시다발적으로 업무가 진행이 됩니다. 의사 결정이 필요한 아젠다도 고객에게 가치를 빠르게 전달할 수 있는 관점에서 이루어 집니다. 사용하는 업무 툴의 화면을 공유하면서 개발 현황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훨씬 신속한 현황 공유가 이루어집니다. 이렇게 절약한 시간으로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어서 업무 속도도 더욱 향상되는 것 같습니다.
한편 저희도 다른 프로젝트팀들처럼 데이터 기반 토론을 자주 진행합니다. 사용자 시나리오 단계별 가설을 세우고 데이터로 이를 검증하면서 팀이 의사결정을 진행합니다. 데이터 해석에 보완이 필요하다면 사용자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하고, 다른 서비스의 사례들을 참고 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가설 - 데이터 검증 - 해석과 토론을 거치면서 점점 고객에게 핏한 제품이 만들어집니다.
+2. '인피니스타'스러움이라는 핵심 가치가 있다고요. 어떤 내용일까요?
맞습니다. 저희 조직은 핵심가치를 ‘인피니스타’스러움으로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6개 행동강령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 One Teamship, 우리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일하는 것을 알기에 서로 믿고 팀으로 뭉쳐 승리합니다.
- User Focused, 내 눈에만 좋은 것, 일하기 쉬운 방법을 생각하기보다 진짜 고객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합니다.
- Own the Problem, 문제만 이야기하지 않고 상호 존중하며 해결책까지 함께 내놓습니다.
- Be Bold, 방향을 결정하면 용감하고 빠르게 도전합니다.
- Desire to Succeed, 성공을 갈망해야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습니다.
- Back to Basics but Be Flexible, 우리는 기본을 생각하면서 유연성을 발휘합니다.
6가지의 공통점은 고객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과 적극적인 도전 자세를 반영했다는 점인데요. 특히 User Focused는 일하기 쉬운 방법을 생각하기보다 진짜 고객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인피니스타’스러움을 바탕으로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또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찾아 나서고 있어요.
+3. 인피니스타 조직은 다양한 타사 출신 플랫폼 전문가들이 모인 조직인데요, 각자의 장점이 명확한 인재들의 시너지를 위해 가장 중요시하게 여기시는 것은 무엇인가요?
팀원들이 다양한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보니, 그 중심을 잡아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개개인들의 업무 역량을 파악하고, 어떤 곳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죠. 신규 사업을 준비하다 보니 정말 많은 아이디어가 오고 가는데요. 팀원들과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되, 거기서 방향을 잡아주고 각자의 이견을 조율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저희 인피니스타 인재들의 시너지를 위해, 최대한 개인 역량들을 존중하고 그들의 숨겨진 조직 내 역할을 끌어내고 있습니다.
또한 인피니스타의 최우선은 항상 ‘고객’입니다. 우리는 고객의 불편을 헤아리고, 고객이 정말로 필요하고 원하는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탄생한 대기업 속 스타트업을 표방하는 조직이니까요. 그래서 모두가 고객에게 집중하여 업무를 하는 것처럼, 저희 팀원들이 제게는 고객이 됩니다. 그래서 팀원들이 고객을 위하듯, 저는 팀원들을 위해 최대한 귀 기울이고 의견을 수렴하는 편입니다. 한마디로 고객을 대하는 마음가짐으로 소통하는 거죠.
대한민국 통신 사업의 고객은 2천만 명이 훌쩍 넘는다. 정현주 전무가 보기에 이 2천만 명은 항상 네트워크에 연결된 셈이다. 눈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통신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항상 밀집된 채로 연결되어 있다. 유플러스와 정현주 전무는 연결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오늘도 분투 중이다. 어렵기는 하지만, 2천만 명의 삶이 개선된다면 이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은 없으니까. 그보다 더 가슴 뛰는 일은 없으니까.
- WHY NOT? LG유플러스 리더 인터뷰 회사원 출신 작가 태재가 만난 LG유플러스의 임원 인터뷰 시리즈입니다. LG유플러스 리더에게 또박또박 묻고 들은 말을 매월 1회 연재합니다. - 태재 작가 작가. 평소에 에세이를 쓰고 이따금 시를 쓰기도 합니다. 직장인을 대상으로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며 어느덧 수강생이 1,000명을 넘었습니다. 인터뷰 팟캐스트 '스몰포켓'을 2016년부터 진행 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