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는 스마트폰으로 수많은 일을 할 수 있지만, 여전히 PC도 적지 않게 이용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시대 이후 PC의 이용 시간은 조금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직장에서, 학교에서, 집에서 PC를 쓰는 일 자체는 사라지지 않은 것입니다. 오히려 카페나 도서관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열린 공간이나 지하철, 기차, 비행기 같은 이동 수단 안에서 여전히 노트북을 펴고 일이나 영상을 보는 이들을 찾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물론 전체적인 사용 시간은 줄어든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통계업체인 스태티스타는 미국의 하루 평균 PC 사용 시간은 2012년 144분이었으나 2018년 128분으로 줄어들었다는 통계 결과를 공개한 바 있습니다. 여기서 눈 여겨 볼 대목은 장치의 특성에 따라 이용 시간의 증감이 나타났다는 점입니다. 소셜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시간은 스마트폰의 영향으로 22분에서 13분으로 줄어든 반면, 영상 시청 시간은 20분에서 24분으로 늘어나는 등 PC의 모든 이용 시간이 줄어든 것은 아니라는 결과입니다.


이처럼 PC는 스마트폰 성장기에 나왔던 예상과 달리 여전히 중요한 도구로 쓰이고 있지만, 과거와 비교해 한가지 중요한 변화가 있습니다. 인터넷은 더 이상 옵션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물론 PC에 설치한 소프트웨어만 쓰는 경우도 더러 있기는 해도, 이제는 인터넷 없이 일을 위한 자료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콘텐츠를 찾는 것은 불가능한 시대를 살고 있음을 부인하기 힘듭니다. 특히 노트북 PC를 들고 다니면서 앉은 자리를 곧 일터로 바꾸고 휴식처로 삼는 오늘의 세대들에게 인터넷은 더 이상 옵션일 수 없습니다.


올웨이즈 커넥티드 PC의 숨겨진 의미


여기서 한 가지 문제를 말하자면, PC를 위한 인터넷 망은 어쨌든 매우 정적이라는 점입니다. 모든 PC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다수는 무선 랜이나 랜 케이블이 미치는 범위를 벗어나면 인터넷 세상과 곧바로 단절되기 때문입니다. PC와 연결되는 네트워크에서 벗어나면 멈추지 않고 변화하는 인터넷으로 통하는 다리가 사라지는 셈입니다. 


그나마 항상 고정된 자리에 놓여 있는 데스크톱 PC는 조금 사정이 낫습니다. 전원보다 인터넷을 연결할 수 있는 무선 랜이 있는지 먼저 확인하는 노트북에 비하면 말입니다. 무선 랜을 찾지 못할 때 결국 스마트폰을 무선 랜 공유기처럼 쓰는 모바일 태더링을 최후의 보루로 활용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노트북 이용자들은 인터넷을 쓰기 위해 무선 랜을 찾아 다니는 유목민 생활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구글은 PC에 게임을 설치하지 않고 크롬 브라우저를 통해 서버에서 실행된 게임을 네트워크를 통해 즐기는 프로젝트 스트림을 유비 소프트와 실험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노트북도 인터넷 연결에 필요한 망은 다양하게 갖출 수록 좋지만, 이동통신망 만큼은 언제나 옵션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노트북은 장소를 옮겨 다니며 쓸 수 있지만, 스마트폰처럼 전화나 문자를 위해 늘 접속할 수 있도록 개발된 장치가 아니라서 그렇습니다. 당연히 시스템을 구성하는 부품들과 운영체제는 성능과 배터리 효율성에 초점을 맞췄을 뿐 모바일 망에 대한 최적화 개념이 없었습니다. 더구나 모바일 망은 LTE 이전까지 PC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충분한 전송 대역을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아주 급하지 않은 이상 이용자도 모바일 망을 이용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모바일 망의 대역폭이 기가비트를 넘는 5G 네트워크의 시대에 이른 지금 기존의 고정 관념을 바꿔야 할 때가 왔습니다. 어차피 인터넷과 연결되어야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노트북이라면 더 이상 모바일 망을 옵션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적극적으로 쓸 수 있도록 환경을 바꿔야 한다는 것입니다. 스마트폰처럼 언제나 모바일 망에 쉽게 접속하고 더 빠르게 인터넷을 쓸 수 있는 노트북이 5G 시대의 모든 PC 경험을 바꾼 흥미로운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될 것이 때문입니다.

 

<에이수스의 프로젝트 프리코그. 듀얼 스크린을 탑재한 제품으로 앞으로 5G 시대의 중요한 폼팩터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제품이다.>


더 넓은 대역폭과 낮은 지연으로 데이터를 더욱 빠르게 주고받게 될 5G 시대에서 노트북에게 부여되는 역할은 단순히 이동하면서 쓰는 PC가 아닙니다. 오히려 과거 메인프레임과 통신하며 데이터를 입력하고 결과를 출력하던 터미널의 모바일 버전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가까운 미래에도 노트북의 처리 성능이 중요할 수 있지만, 5G 시대가 정착되면 클라우드와 데이터 센터를 통해 고성능 애플리케이션을 스트리밍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응용 프로그램을 스트리밍하는 건 사실 새로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지금도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으면 클라우드나 데이터 센터에서 가상 머신으로 실행한 프로그램을 다룰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네트워크 성능은 그 결과에 대한 경험을 바꿀 수 있습니다. 비록 노트북이 모든 면에서 뛰어난 성능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지연 없는 광대역 네트워크를 통해 마치 고성능 PC에서 애플리케이션을 다루는 듯한 기분을 즐길 수 있는 것입니다. 


게임을 즐기거나 영상을 처리하기 위해 강력한 처리 성능을 가진 CPU와 GPU, 램, 저장 공간을 담아 무겁고 비싼 고성능 노트북이 아니어도 항상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는 망 연결성이 좋고 가벼운 장치에서 그에 못지 않은 경험을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PC 업계가 2년 전부터 '올웨이즈 커넥티드 PC'의 진짜 속내입니다.


항상 켜져 있을 5G 노트북의 조건


5G 시대의 '올웨이즈 커넥티드 PC'라는 경험을 실행하려면 노트북을 구성하는 하드웨어와 운영체제에 변화를 줘야 합니다. 지금처럼 성능만 몰입할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의 연결 편의성 및 지속성과 망 연결 환경에서 배터리 소비를 줄일 수 있도록 채비를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솔직히 이 두 가지 변화를 선행하지 않아도 모바일 망에 접속할 수 있는 모듈만 갖추면 노트북도 LTE나 5G 연결할 수 있지만, 이것을 올웨이즈 커넥티드 PC라고 부르기는 어렵습니다. 스마트폰처럼 화면이 꺼진 대기 상태에서도 모바일 망에 접속을 유지한 채 응용 프로그램이 작동하고 있는 PC가 아니니까요. 


<7nm 공정으로 생산되는 퀄컴 스냅드래곤 8cx.>


문제는 항상 망에 접속된 상태를 유지하려면 노트북의 CPU는 스마트폰처럼 대기 모드에서 최소화된 전력으로 작동해야 하고 운영체제도 이를 지원해야 합니다. 전력에 대한 기술적 뒷받침이 없으면 아무리 대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한 노트북이라도 망 연결 유지를 위해 많은 전력을 소비해야 하는 탓에 금세 배터리를 소모할 수밖에 없으니 말입니다.

 

다행히 PC 업계는 2년 전부터 올웨이즈 커넥티드 PC를 위한 변화를 준비해왔습니다. 아직 완성 단계는 아니지만, 업계가 인식을 공유하고 관련된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가는 중입니다. 일단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 10 환경에서 프로세서 제조사들과 함께 손쉽게 망에 접속하고 연결을 유지할 수 있도록 운영 제제 기능을 준비해왔습니다. 윈도 10 모바일에서 뼈아픈 실패의 역사를 썼던 마이크로소프트지만 그 자산을 휴지통에 버리지 않고 윈도 10에 슬며시 흡수하는 모양새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인텔이나 퀄컴 같은 프로세서 업체들입니다. 두 프로세서 제조사들은 대기 모드에서 더욱 오랫동안 배터리를 유지할 수 있는 프로세서를 발표하고 준비 중입니다. 모바일 프로세서를 개발해온 퀄컴에서 노트북 또는 태블릿 PC용 플랫폼으로 내놓은 스냅드래곤 8cx는 항상 네트워크에 연결한 상태에서도 오랫동안 작동할 수 있는 저전력을 앞세워 올웨이즈 커넥티드 PC 시대를 대비 중입니다. 

 

<고성능 코어와 저전력 코어를 함께 담은 빅리틀 구조의 레이크필드 프로세서. 인텔도 향후 올웨이즈 커넥티드 PC를 위한 저전력 성능을 보완하는 데 모든 기술력을 쏟고 있다.>


인텔은 저전력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최근 CES 2019에서 고성능 빅 코어에 아톰 기반의 저전력 스몰 코어를 통합한 레이크 필드를 공개하면서 CPU와 메모리, 저장 공간 등 모든 부품을 단계적으로 쌓아 올린 포베로스 3D 패키징 기술로 메인보드 크기를 손가락 두 개 정도의 폭으로 줄였습니다. 노트북의 메인보드를 마치 스마트폰 정도로 줄여 버린 것입니다. 


이와 함께 인텔은 레이크필드와 포베로스 3D 기술에 기반한 제품 생산을 위해 노트북 제조사를 지원하는 프로젝트 아테나를 발표했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언제쯤 나올 지 모르지만, 한 때 스마트폰의 프로세서로도 활용됐던 아톰이 고성능 코어와 짝을 이루게 되면 PC를 끄거나 망에 연결된 상태에서도 지금보다 휴대하기 쉽고 훨씬 긴 배터리 시간의 노트북을 만들게 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읍니다.


이처럼 항상 망에 연결된 노트북의 등장은 5G 시대의 킬러 애플리케이션을 찾고 있는 LG 유플러스를 비롯한 이동 통신사들에게 동기 부여가 될 것입니다. 지금은 단순히 모바일 망에 접속할 수 있는 연결성을 제공하는 정도로 보겠지만, 노트북이 스마트폰처럼 망의 연결을 끊지 않는 장치가 되면 콘텐츠의 소비나 보안 등 여러 측면에서 상당한 변화를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군더더기 없이 가벼워진 5G 노트북에서 PC나 콘솔에서 실행해야 할 게임, 고성능 장비를 활용한 비디오 편집을 위한 컴퓨팅 자원, 또는 콘텐츠 자체를 5G 망으로 스트리밍하는 시대는 의외로 빨리 도래할 수 있습니다. 예정된 시기보다 1년 앞당겨 시작된 5G 시대처럼 모든 기술은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지 않았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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