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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통신사 LTE 주파수 대역 및 주파수 경매안에 대해 알아보자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 주파수 경매 안을 발표한 이후, 이동통신 3사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관련 업체끼리 알아서 '돈'으로 승부를 보라는 제4안을 채택한 것 때문입니다.

 

미래부가 확정한 제4안은, 먼저 제시한 제1안과 제3안을 혼합한 것으로 경매에서 가장 많은 돈을 쓴 이동통신사가 원하는 안을 채택하고 거기에서 다시 블록을 입찰하는 방식입니다.

 

<미래부가 채택한 제4안>

 

'밴드플랜1'과 '밴드플랜2'는 각각 제1안과 제3안과 같습니다. 여기에서 핵심은 'D2'블록입니다. 가장 대역폭이 작은 'D2'블록이 쟁점으로 떠오른 이유는, 바로 옆에 KT의 20MHz LTE 주파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KT가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D2'블록을 확보한다면, KT는 CA(캐리어 애그리게이션)을 이용하지 않아도 총 35MHz의 대역폭으로 광대역(broadband)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새롭게 할당될 LTE 주파수 대역. A~D 블록>

 

<KT가 D블록을 낙찰 받았을 때. D블록이 KT 기존 블록과 연결 됨>

 

KT가 'D'블록을 낙찰받으면 기존 영역에 'D'블록이 더해져 하나의 블록이 만들어집니다.

 

이 때문에 LG U+와 SKT는 제3안과 '밴드블록2'가 KT에 특혜를 주는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2~3조 원의 비용을 들여서 낙찰 받더라도 경제 효과로 볼 때 충분히 이득이기 때문입니다.

 

왜 이런 주장이 나오게 됐는지 지금부터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현 이동통신사의 주파수 할당 내역

 

각 이동통신사에 할당된 주파수 내역을 보기 전에 주파수에 대해 먼저 알아보겠습니다.

 

주파수(Radio Frequency)는 무선 데이터 통로입니다. 모든 무선 기기는 고유의 주파수 대역이 있습니다. 라디오를 보시면, 각 방송국에서 사용하는 고유 주파수가 있듯 말입니다. TV, 스마트폰, NFC, 무선 전화기 하다못해 커피 전문점에서 사용하는 진동벨까지.

 

이렇게 수많은 기기에서 주파수에 데이터를 실어 나르고 있습니다.

 

 

<고정된 시간(1초)에 몇 번 왕복하느냐로 성능이 결정됩니다. 출처:wikipedia>

 

위의 움직이는 이미지를 보면 주파수의 형태를 알 수 있습니다. 주파수는 물결 형태로 되어 있으며 위로 한 번, 아래로 한 번 이동하여 원점으로 돌아오는 것까지가 1Hz입니다. 가로 선을 보면 제일 왼쪽이 0, 오른쪽이 1이고 중간에 0.2단위로 눈금이 있는데요, 이것은 시간(초)입니다.

 

저 파형의 개수가 1초 안에 몇 개 들어 있느냐로 주파수 대역이 결정되는데요, 예시 이미지에서는 5Hz까지 표시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5Hz를 말합니다.

 

그리고 보통 1Hz에는 1bit의 데이터를 실을 수 있고, 5Hz라면 1초에 5bit의 데이터를 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개념으로는 이번 LTE 주파수 경매 쟁점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해서, 대역폭(bandwidth)을 이해해야 합니다. 대역폭이란 말 그대로 주파수의 폭입니다. 이 폭이 넓으면 더 많은 데이터를 보낼 수 있습니다. 이 폭은 사용 가능한 주파수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의미합니다.

 

2.1GHz 대 주파수라 해도 2.1GHz 전체가 아닌 일부입니다. LG U+가 사용 중인 2.1GHz도 사실은 2,110MHz ~ 2,120MHz까지입니다. '2,120MHz - 2,110MHz = 10MHz'라는 공식으로 만들어진 이 숫자가 폭이 되는 것입니다. 이 폭이 크면 클수록 한 번에 데이터를 실어 나를 수 있는 양은 더 커집니다.

 

주파수 대역폭

쉽게 비유를 하자면, 800MHz, 1.8GHz 이런 것들은 국도, 고속도로와 같은 개념입니다. 그리고 폭은 도로의 차선과 같습니다. 차선이 넓으면 한 번에 더 많은 차가 이동할 수 있듯 주파수의 폭이 넓으면 한 번에 더 많은 데이터를 보낼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이제 국내 이동통신사 주파수 할당 현황을 살펴보겠습니다. 

<2013년 7월 현재 국내 이동통신사 주파수 할당 현황>

 

 

현재 이동통신사에서 보유하고 있는 주파수 현황을 보면, 4개 대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상향과 하향은 각각 다운로드와 업로드를 말하고, KT가 LTE 주파수로 800MHz/900MHz/1.8GHz 3개 대역을 확보하고 있으나 현재 900MHz 대역은 RFID나 무선전화기 등과 혼선을 빚어 사용할 수 없어 실제 사용하고 있는 것은 800MHz 대역과 1.8GHz 대역만 사용 중입니다.

 

 

 상향

하향 

합계 

LG U+

839 ~ 849MHz / 10MHz

1920 ~ 1930 MHz / 10MHz

884 ~ 894MHz / 10MHz

2110 ~ 2120MHz / 10MHz

40MHz

SKT

829 ~ 839MHz / 10MHz

1755 ~ 1765MHz / 10MHz

874 ~ 884MHz / 10MHz

1850 ~ 1850MHz 10MHz

40MHz

KT

819 ~ 824MHz / 5MHz

905 ~ 915MHz 10MHz

1745 ~ 1755MHz 10MHz

864 ~ 869MHz / 5MHz

950 ~ 960MHz / 10MHz

1840 ~ 1850MHz / 10MHz

50MHz

 

KT 원래 계획대로라면 900MHz 대역폭과 1.8GHz 대역폭을 이용해 LTE-A 서비스를 준비했어야 하지만, 800MHz 5MHz와 1.8GHz 10MHz로는 LTE 멀티캐리어가 어려워 이번 1.8GHz 'D블록'에 목을 매고 있는 것입니다.

 

2. 캐리어 애그리게이션과 광대역

 

10MHz의 폭에는 최대 75Mb/s의 속도로 데이터를 보낼 수 있습니다. 이것을 20MHz로 늘리면 150Mb/s가 됩니다. 처음부터 20MHz씩 할당 받았다면 바로 150Mb/s 속도로 LTE-A 서비스를 할 수 있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각 이동통신사가 LTE용으로 할당 받은 주파수는 모두 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LTE-A 서비스를 하려면 캐리어 애그리게이션(Carrier Aggregation)이라는 기술을 이용해 하나로 묶어 광대역으로 만들어줘야 합니다.

 

캐리어 애그리게이션을 위해서는 스마트폰에 내장된 통신 칩이 지원해줘야 합니다. 현재 캐리어 애그리게이션을 지원하는 칩은 퀄컴의 '스냅드래곤 800' AP와 'MDM9625', 'MDM9225' 칩이 유일합니다.

 

<LTE와 LTE Advanced 차이. 이미지 출처 : 퀄컴>

 

그래서 '갤럭시S4 LTE-A', '옵티머스G 2', 'Xperia Z Ultra'가 LTE-A를 위해 '스냅드래곤 800' AP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캐리어 애그리게이션보다 더 편한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주파수 폭을 처음부터 20MHz로 할당 받는 것입니다. 이번 LTE 주파수 경매에서 KT가 '밴드플랜2'의 'D블록'을 받게 되면 상향 15MHz, 하향 20MHz가 되어 캐리어 애그리게이션을 사용하지 않아도 광대역 서비스를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광대역이 되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LTE-A 서비스를 할 수 있고 사용자들도 단말기를 교체하지 않아도 됩니다. 반면 LG U+와 SKT는 LTE-A 전국망 서비스를 위해 수조 원이 넘는 비용과 몇 년에 걸친 작업 시간을 들여야 하며, 사용자들도 단말기를 교체해야 하니 매우 불리한 상황이 됩니다.

 

경쟁 자체가 안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KT가 현재 상황처럼 멀티 캐리어 기술을 사용하지 못한 이유가 SKT나 LG U+의 방해 때문이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KT는 2010년 주파수 경매에서 여론의 예상을 깨고 800MHz 대가 아닌 900MHz 대를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남은 800MHz는 LG U+가 할당 받았습니다. 하지만 900MHz 주파수가 기존 다른 기기와 혼선을 빚어 제대로 활용할 수 없었습니다.

 

반면 LG U+는 나머지 800MHz를 이용해 LTE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만약 KT에서 900MHz가 아닌 800MHz 대역을 가져갔다면, 상황은 아주 달라졌을 것입니다.

 

3. 주파수 전쟁, 이제는 돈 싸움으로.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제는 8월에 있을 추가 LTE 주파수 경매에서 천문학적인 돈이 움직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미래부가 제시한 7개의 블록(밴드플랜1의 4개, 밴드플랜2의 3개)의 금액은 다음과 같습니다.

 

 

A블록

B블록

C블록

D블록 

합계 

밴드플랜1

A1

B1

C1 

없음 

1조 6,314억 원

4,788억 원

4,788억 원

6,738억 원

밴드플랜2

A2

B2 

C2 

D2 

1조 9,202억 원

4,788억 원

4,788억 원

6,738억 원

2,888억 원

<밴드플랜 / 블록별 경매 최소 입찰가>

 

LG U+와 SKT는 'D2'블록이 속한 '밴드플랜2'를 제외하기 위해 'A1'과 'C1' 블록에 입찰하고, KT는 'D2'블록을 위해 '밴드플랜2'에 입찰해야 합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최소 입찰 금액입니다. '밴드플랜1'이 되려면 1조 6,314억 원 이상이 되어야 하고 '밴드플랜2'는 1조 9,202억 원 이상이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밴드플랜1'의 최소 낙찰가가 '밴드플랜2' 낙찰가보다 낮아 사실상 원하는 밴드플랜으로 가려면 '밴드플랜2' 낙찰가인 1조 9,202억 원이 되어야 합니다.

 

LG U+와 SKT가 '밴드플랜1'로 가려면 KT가 'D2'블록에 추가 입찰한 금액 + 'D2'블록 비용인 2,888억을 제시해야 합니다. 그래야 '밴드플랜1'의 경매가가 '밴드플랜2' 경매가 보다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KT가 'D2블록에 1,000억을 입찰했다면, LG U+와 SKT는 각각 'C1'블록과 'A1'블록에 1,944억 원[(1,000억 원 + 2,888억 원) / 2]을 초과하는 금액에 입찰해서 '밴드플랜1'의 경매가를 올려야 하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동시오름입찰' 방식으로 총 50라운드를 진행하며, 한 라운드에 1% + @가 붙을 것으로 보이기에 전체 경매가는 최소 2조 5천억 원을 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미래부에서 주파수 재분배나 다른 명쾌한 대안을 했더라면 이와 같은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겠지만, 경매 안이 확정된 만큼 조금 아쉬운 느낌이 듭니다.

 

여기까지가 LTE 주파수와 새롭게 할당될 주파수 경매 안에 관한 설명입니다. 주파수라는 개념이 일반인에게는 쉽지 않은 것이지만, 사실 이번 경매로 각 이동통신사를 이용 중인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달라질 수 있으니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