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랬는지 정확한 이유는 기억나지 않지만, 1990년대 말 이동전화에 가입하면서 ‘019’를 선택했다. 3㎝가량 위로 튀어나온 뭉툭한 모양의 안테나, 엄지손톱 2개 정도 크기의 흐릿한 액정, 아래쪽으로 폴더를 열어야 보였던 자판 등 이름 모를 단말기의 모양새가 아직 머릿속에 선명하다.

이 또한 정확한 이유는 기억나지 않는데, 종종 ‘제일 안 터지는 019를 왜 쓰냐?’라는 타박을 들으면서도 019를 계속 고집했다. 통신사를 갈아타면 공짜로 새 폰을 받을 수 있었고 주변 대다수가 이를 이용했지만, 나만은 왠지 그렇게 하기 싫었다. 결국, 내 돈을 주고 단말기를 사야만 했다. 대리점에서는 오래된 고객이라 할인을 해준다며 생색을 냈지만, 신규 가입에 비해서는 한참 떨어지는 조건이었다. 단말기를 내 돈 주고 구입하게 되니, 한번 장만하면 고장 날 때까지 사용했다.


그런 고집은 ‘아이폰’ 앞에서 무너졌다. 2010년 초 2년 약정에 거의 추가비용 없이 다른 통신사로 옮겨 탔다. 10년 넘게 지켜온 고집을 포기하자니 왠지 아쉬움이 느껴졌지만, ‘새 고객에게는 공짜폰을 주면서 10년 넘게 유지하는 고객에게는 고맙단 전화 한 통 안 하는데 뭐~’라며 마음을 다잡아 먹었다.
 
약 2년 전 지식경제부를 출입할 때 하루는 기자단과 LG유플러스 이상철 부회장이 점심식사를 함께하게 됐는데, 마침 바로 옆자리에 앉게 됐다. ‘10년 넘게 019 유지하다 너무 억울해 얼마 전 아이폰으로 갈아탔다. 새 고객만 우대하고 오랜 충성 고객은 박대하는 그런 법이 어디 있느냐?’며 항의(?)하자, 빙긋이 웃으며 ‘새 폰이라도 하나 줘야겠구먼’이라고 말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사실 019를 고집했던 것은 ‘기왕 쓸 거면 후발주자를 도와야지’라는 생각에서였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뀐 것 같다. LTE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기업이미지를 개선하고, 가입자도 적지 않게 늘었다. 경쟁사들이 바라보는 시선도 많이 달라졌다. 어디까지 얼마나 잘해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그나저나 사용한 지 2년  8개월이 넘어 케이스에 금이 가고 사진인식 기능에 문제도 생긴 아이폰3S를 곧 정리해야 할 텐데, 이번엔 어느 통신사 어느 모델을 선택해야 할지가 고민이다.

 

한겨레 이순혁 기자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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