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다시 통신비 인하 논의가 달아오르고 있다. 요컨대 가계 지출에서 통신비 비중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통신비를 내려야 한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통신업계에서는 "현재 소비자들이 지불하는 통신비의 절반 정도는 통신비가 아니라 단말기 할부금"이라며 "국내 통신비는 국제적으로 비교해도 비싼 편이 아니다"고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통신비를 둘러싼 논란은 복잡하여서 깊게 다루지 않고 한국에서의 통신비 논쟁에서 빠져 있는 한 가지만 생각해본다.
경제학에서 A라는 재화 또는 서비스가 싸냐, 비싸냐의 문제는 해당 재화 또는 서비스를 사용하고 지불한 대가와 그에 따라 발생한 부가가치(value added) 또는 효용이 얼만 되는지 비교 형량해서 판단하는 것이 상식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소비자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을 통해 투입한 비용보다 그것들을 통해 획득한 부가가치 또는 효용이 많다면 비싸다고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러나 소비자가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기 위해 지불한 비용보다 그것을 통해 획득한 부가가치나 효용이 적다면 해당 소비자에게 통신비는 비싼 것이다.
소비자는 현재의 통신비가 비싸다고 생각하면 해당 요금제를 싼 요금제로 바꾸거나, 스마트폰 요금제가 아니라 피처폰(일반 휴대전화)을 쓸 수도 있다. 극단적이면 휴대전화를 아예 쓰지 않는 방법을 택하는 것도 가능하다.
따라서 통신비가 비싸냐, 안 비싸냐는 해당 소비자가 통신서비스를 통해 얻는 부가가치 또는 효용과 비용을 비교해야 정확히 알 수 있다. 이때의 부가가치에는 객관적인 것뿐만이 아니라 최신 서비스를 사용하는 데 따른 정신적 만족감 등 주관적인 요소도 포함돼야 할 것이다. 이에 따라 어떤 소비자에게 현재의 통신비는 비싼 것이 분명하고, 어떤 소비자에게는 현재의 통신비가 별로 비싸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 통신비가 비싸냐, 비싸지 않으냐를 논의할 때 부가가치나 효용의 개념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것이 바로 현재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통신비에 관한 논의가 생산적이지 못한 이유 중의 하나다.
조해동 <문화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