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을 처음 썼을 때나 지금이나, 나는 개인적으로 아이폰에서 가장 탐나는 콘텐츠가 세계 주요 대학의 강의들을 모아놓은 '아이튠즈U(iTunes U)'라고 확신한다. 개인적으로 앞으로 스마트 디바이스 시장에서 세계 1위 자리는 애플 이외의 다른 회사가 할 수도 있겠지만, 애플 이외의 회사가 전 세계의 수많은 대학 강의를 비디오 혹은 오디오로 모아놓은 이 방대한 지적 자산을 뛰어넘는 콘텐츠를 구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튠즈U는 잘 활용만 한다면 수백만원, 수천만원, 혹은 수억원이 넘는 정보의 보고가 될 수 있다. 정보도 그냥 흘러다니는 시중 정보가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대학의, 가장 저명한 교수들이 대학에서 가르치는 것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다. 이통사의 데이터 한도를 초과하지만 않는다면 모든 정보 사용료가 무료라는 것도 장점이다.
예를 몇 개 들어보자. 국내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미 하버드대의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론(Justice with Michael Sandel)' 강의는 아이튠즈U에서는 공짜다. 책으로 읽는 것보다 대학 강의에서 느낄 수 있는 샌델 교수 특유의 '문답식 강의'를 통해 더욱 흥미롭게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문제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내 아이튠즈U '보관함'에 모셔져 있는(모셔놓기만 하고 듣지 못했다는 뜻이다) 로버트 쉴러(Robert Shiller) 미 예일대 교수의 '금융시장론(Financial Market)' 강의는 그가 2011년 예일대에서 한 강의를 그대로 옮긴 것이다. 놀라운 것은 강의뿐만 아니라 '실러버스'에 '강의 요구사항', '평가 방법(중간고사1 20%, 중간고사2 30%, 단답형 문제 10%, 기말고사 40%), '강의 교재'까지 모두 나와 있다. 개요를 살펴보면 26번의 강의에서 각각 다루게 될 소재에 대한 소개도 나와 있다. 미국 유학을 굳이 가지 않더라도 무료로 미국 대학 강의를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들을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아이튠즈U는 4세대(4G) 롱텀에볼루션(LTE) 시대의 새로운 조류라고는 할 수 없다. 다만 LTE 시대가 되면 아이튠즈U의 다양한 동영상들을 더욱 끊김 없이 빠른 속도로 즐길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그동안 아이폰을 출시하지 않았던 LG U+도 최근 열린 올 2분기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올해는 아이폰을 출시할 계획이 없지만 내년에는 시장의 변화 요인이 많은 만큼 아이폰 출시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LG U+의 풍부한 LTE 데이터를 활용해 아이튠즈U의 강의를 들을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본다.
조해동 <문화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