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4세대(4G) 롱텀에볼루션(LTE)의 시대다. 국내에서 LG U+가 처음으로 'LTE 전국망'을 구축한 뒤 KT, SK텔레콤 등 다른 이동통신사들도 최근 LTE 전국망 구축을 끝냈다. 경쟁사들은 LG U+처럼 군.읍.면까지 '진정한 LTE'망을 구축하지는 못했다고 하지만, 한국은 모든 이통사가 LTE망을 구축한 세계 최초의 국가가 됐다.
국내 LTE 가입자 수도 지난 7월 말 기준으로 800만 명을 넘어섰으며, 올 연말이면 1,600만∼1,7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내년에는 LTE 가입자 수가 더욱 늘어 스마트폰 사용자의 대다수가 LTE폰을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9살 난 딸을 두고 있는 학부모로서 LTE 시대에 가장 우려되는 것은 어린이들의 시력 문제다. 한국 어린이들이 과거에 비해 안경을 많이 쓰는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LTE 시대를 맞아 어린이들의 시력에 대한 부모들의 걱정이 훨씬 커진 것은 사실이다. LTE 시대의 최대 장점이 과거 3세대(3G) 시절에는 구동하기 어려웠던 동영상이나 대규모 게임 등을 편안하게 구동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자녀에게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으면 될 것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그러나 다 부질없는 일이다. 학교에서 선생님이나 친구들의 스마트폰을 갖고 놀아 휴대전화가 없는 자녀가 최신식 스마트폰을 가진 부모보다 훨씬 더 스마트폰 사용법에 조예가 깊은 사례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스마트폰이 없으면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를 당한다는 말까지 나돌면서 부모로서 스마트폰을 안 사주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 집안에 '룰 더 스카이(Rule the sky)'라는 게임을 소개한 사람은 역설적이게도 딸의 학교 선생님이다. 방과후 학교를 하는 초등학교 2학년 딸이 어느 날 선생님이 하는 룰 더 스카이를 같이 해본 뒤 집에 와 나와 집사람의 스마트폰에 깔아달라고 졸랐기 때문이다. '12세 이상 가능'이라는 표시를 보고 딸에게는 아직까지 '공식적으로는' 못하게 하고 있지만, 내가 룰 더 스카이를 하면 우리 딸은 귀신처럼 알고 옆에 와 이리저리 참견을 한다.(사실 시간 등에 제약을 두고 있기는 하지만 비공식적으로는, 부모의 입회하에 우리 딸도 룰 더 스카이를 하고 있다)
우리 딸은 요즘 LTE폰으로 동영상인 '전래 동화', '위인전' 등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한다. LTE폰이 없고 옛날식 피처폰(일반 휴대전화)만 갖고 있지만, 하루에 엄마, 아빠의 LTE폰을 쓰는 시간이 1∼2시간이 넘는 것 같다.
딱히 LTE폰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얼마 전 우리 딸은 안과에 가서 시력 검사를 했더니 한쪽 눈의 시력이 0.5까지 떨어져 수업 시간에는 안경을 쓴다. 최근에는 수업 시간에도 전자 칠판 등을 활용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아 시력에 대한 걱정이 더욱 크다.
얼마 전 인터뷰를 하기 위해 만난 카카오의 이석우 공동대표는 이런 얘기를 꺼냈더니 전혀 짐작하지 못한 말이라는 듯 깜짝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이 공동대표의 자녀는 벌써 장성해서 대학을 다닌다고 한다.)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갈수록 태블릿PC, PC, 컴퓨터 등을 많이 쓰는 시대를 맞아 제조사와 이통사, 소비자 단체 등이 모두 힘을 모아 어린이들의 시력 보호와 스마트 디바이스(기기)의 과다 사용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언론사도 동참하는 것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문화일보 조해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