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F가 꿈꾸는 미래의 메타버스란?
안녕하세요 여러분, 혹시 메타버스 버블을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한때 전 세계를 휩쓸었던 메타버스 열풍이 다소 잠잠해지면서, 일부는 흔히들 ‘버블이 꺼졌다’라고 말합니다. 확실히 작년에 비해서는 관심이 줄어든 듯 보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는 아랑곳하지 않고 매주 온라인 공간에 모여 메타버스의 미래를 치열하게 토론하는 곳이 있습니다. 그것도 NVIDIA, Google, MS, META, Amazon과 같은 유수의 빅테크 업체들이 주축이 되어 말입니다. 이곳은 바로 세계 최대의 메타버스 표준 포럼인 MSF(Metaverse Standardization Forum)입니다.
이번 테크스토리에서는 유플러스가 참여하고 있는 메타버스 표준 포럼(MSF)를 소개하고, 주로 어떤 과제를 통해 메타버스의 표준화를 그려 나가고 있는지 자세하게 설명해 드릴 예정입니다. 오늘 다룰 메타버스는 산업에서 바라보는 메타버스로, 기존에 알고 계신 플랫폼의 개념으로 접근하면 조금 생소할 수 있습니다. 전문적인 개념이지만, 차근차근 읽으시면서 메타버스에 대한 지식을 쌓아보는 건 어떨까요?
MSF 주요 참여 업체
1. 플랫폼
Meta, Microsoft, Sony, Google, Baidu, Huawei, General Motors, RedHat, Siemens, Tencent, Mozilla, Paramount
2. 엔진 & 툴
Epic, Unity, Adobe, Autodesk, Otoy, Maxon, Cesium, ESRI, Blackshark.ai, Croquet, Lamina1, Niantic, Ready Player Me, DGG, Manticore
3. 하드웨어
NVIDIA, Intel, AMD, HP, Acer, Dell, Qualcomm, Samsung, Sony, MediaTek, Oppo, Lenovo, ZTE, LG
4. XR
HTC, Magic Leap, Nreal, Panasonic, Tobii, zSpace
5. 네트워크
China Telecom, Deutsche Telekom, T-Mobile, Verizon, NTT, AT&T, Telefónica, Juniper, Comcast, ERICSN, NOKIA, LG Uplus
6. 국제표준단체
Khronos, W3C, Open Geospatial Consortium, IEEE, Web3D Consortium, OMI, ASWF, Spatial Web Foundation, VRM Consortium, XRSI, OMG, Open AR Cloud, OMA3
앞서 말씀드린 MSF는 2022년 6월, 37개 창립 회원으로 시작하여 2023년 7월 현재 2,500여 개의 기업 및 단체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MSF를 대표하고 회의를 이끄는 의장사는 NVIDIA이며, 빅테크 기업들과 Unity, Epic, Cesium과 같은 3D 제작 도구 업체가 가장 적극적인 리딩 그룹입니다. 전 세계 표준 기구, 주요 대학, 대기업부터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하드웨어, 콘텐츠, 플랫폼 회사들이 참여합니다.
국내에서는 LG유플러스를 비롯해 LG전자, 삼성전자, ETRI 그리고 블록체인 기반 게임업체인 넷마블엔에프씨 등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가히, 메타버스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이 높은 포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MSF의 메타버스 : 개방형 표준으로 구현된 Web3 디지털 트윈
MSF의 핵심 아젠다는 무엇일까요?
MSF 참여사들은 이곳에서 논의하고 싶은 표준화 대상 분야를 제안할 수 있습니다. [표 2 참조] 먼저 참여사들이 표준화 후보 주제를 제안합니다. 지금까지 제안된 200여 개의 주제들 중에 먼저 채택된 과제는 탐색 그룹 (Exploratory Group)에서 논의하게 됩니다. 그리고 좀 더 집중적인 논의가 필요한 주제에 대해 감독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워킹 그룹(Working Group)을 구성하게 됩니다.
현재 MSF의 워킹 그룹은 총 5개입니다. 다만, Standard Register는 MSF에서 제안된 표준 항목을 관리하는 행정 그룹이며, Network Requirements and Capabilities to Support Metaverse Applications 은 감독위원회 승인이 이제 막 끝난 상태라 아직은 실질적인 활동이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MSF가 가장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아젠다는 나머지 3개 워킹 그룹이 다루고 있는 주제라 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워킹 그룹인 ‘3D Asset 상호운용성(glTF/USD 3D Asset Interoperability)’는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3D 미디어 포맷인 glTF(3D 장면과 모델을 표현하는 파일 포맷)와 USD의 상호운용성을 다룹니다. 파일 포맷의 표준화야말로 메타버스의 상호운용성을 담보하는 핵심 과제라는 공감대에 힘입어 가장 먼저 워킹 그룹으로 승인되었습니다.
두번째 워킹 그룹인 ‘현실/가상세계 통합 (Real/Virtual World Integration)’은 MSF의 궁극적 목표인 디지털 트윈을 다룹니다. 현실과 가상이 완벽하게 통합되도록 하는 기술적 방법을 정의하고 있습니다.
세번째 워킹 그룹인 ‘자산 관리(Asset Management)’는 메타버스에 참여한 이들의 노력과 기여를 보상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와 기술을 논의합니다. 메타버스 Web3의 핵심 개념인 토큰화된 디지털 자산과 그에 대한 권리의 인정 그리고 거래 방식에 대한 개념이 이 워킹 그룹에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이 세 가지 아젠다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MSF가 바라보는 메타버스의 형상을 분명하게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개방형 표준으로 구현된 디지털 트윈”입니다.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는 디지털 트윈
MSF의 메타버스는 산업적이며, 문제 해결적입니다. 메타버스의 범례로 많은 관심을 받았던 호라이즌 월드나 로블록스 등의 소셜 메타버스와 달리, MSF의 메타버스는 가상 세계를 만들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곳, 즉 거대한 디지털 트윈입니다.
테슬라는 디지털 트윈으로 생산 공정을 혁신한 대표 사례로 꼽힙니다. 가상의 생산 공장에서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테슬라는 특정 구간의 로봇 공정이 전체 조립 라인을 멈추게 하는 문제를 일으키고, 이로 인해 오히려 생산 속도가 늦어짐을 알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로봇 공정을 2/3로 축소시켜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공정설계, 수정, 검증, 조립라인 재설치, 시험 생산 등 전 과정을 재설계하여 생산 비용과 시간을 절감했습니다.
좀 더 큰 디지털 트윈으로 가볼까요? 미국 질병 통제 센터(CDC :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는 팔란티어社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인 ‘티베리우스’를 이용해서 백신 데이터를 관리하고, 백신 접종을 저해하는 문제점들을 시뮬레이션함으로써, Covid-19의 확산 방향과 소멸 시점을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의 마스크 해제 결정도 티베리우스의 도움을 받은 것입니다.
2022년 싱가포르는 도시 전체를 그대로 복제해 가상의 싱가포르를 완성하기도 했죠. 도심의 건물이나 공원을 계획할 때, 주변 경관과의 조화, 일조권 침해 여부, 교통에 미치는 영향을 시뮬레이션했고, 홍수나 화재, 가스 유출과 같은 비상사태 발생 시 시민의 피난 경로를 설계할 수 있었습니다.
유럽의 기후예보센터인 ECMWF(European Centre for Medium-Range Weather Forecasts)는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을 디지털 트윈으로 시뮬레이션 했습니다. 지금은 물론이고, 20년~30년 후까지의 모습을 시뮬레이션해서, 해양 환경 변화와 극도의 기후 이상으로 인한 재난 대응 지침인 ‘DestinE(Destination Earth)’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빅테크들이 왜 MSF를 만들었는지, 왜 이들이 디지털 트윈을 위한 표준화에 공들이고 있는지, 이 지점에서 유추가 가능합니다. 이들은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는 초거대 디지털 트윈을 미래 먹거리로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정말 거대한 작업인데요, 1) 현실과 가상이 100% 통합되려면 어떤 기술 요소가 필요한지 정의하고 (Real/Virtual World Integration), 2) 이를 담아내는 파일 포맷을 표준화하고, 3) 여기에 참여한 이들의 노력과 권리를 보상하는 시스템과 제도(Asset Management)를 설계해야 하는 대규모의 프로젝트입니다.
초거대 디지털 트윈을 향한 기술 과제
‘지구 크기의 메타버스’는 거대한 비전이며, 이를 위한 기술적 과제도 그야말로 거대합니다. 빅테크들이 어떤 규모의 기술 과제를 보고 있는지 지금부터 살펴보겠습니다.
- 3D Asset Interoperability : 메타버스 표준 포맷의 왕좌를 건 격투장
MSF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이곳, 3D Asset Interoperability 워킹 그룹에 있습니다. 3차원 장면과 모델을 표현하는 파일 포맷의 표준을 결정하는 곳입니다. 현재 이 워킹 그룹에서는 3D 콘텐츠 포맷으로 가장 범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USD 와 glTF의 두 진영이 치열하게 부딪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표준 포맷을 통해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두 진영 간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것도 명확히 공감하고 협력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파일 포맷을 디코딩하고, 렌더링하는 방식 역시 이 워킹 그룹의 주요 토픽 중 하나입니다. 현재 웹 브라우저상에서 2D 및 3D 그래픽을 렌더링하기 위한 Javascript API인 WebGL(Web Graphics Library)로는 실제 현실의 3D를 처리할 수 없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는 방식은 WebGPU(W3C GPU for the Web Community Group)로, 3차원 그래픽에 대한 연산 능력을 가속화시킬 수 있도록 애플, 모질라, 마이크로소프트, Google 등이 함께 개발하고 있습니다. WebGPU 표준은 Metal(Apple), DirectX(MS), Vulkan(Khronos Group) 등 빅테크가 보유한 미디어 엔진 내 처리 방식의 장점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진화되며, 향후 USD, glTF 파일 포맷에 반영키로 했습니다.
- Real Virtual World Integration : 초거대 디지털 트윈을 위한 컴퓨팅 프레임워크
이 워킹 그룹은 1994년에 설립된 국제 표준화 기구인 OGC(Open, Geospatial Consortium, 개방형 공간 정보 컨소시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OGC는 NVIDIA, Apple, MS등 빅테크 기업들이 자금을 만들어 전 세계 500곳 이상의 NASA 를 비롯한 정부기관, 민간기업, 비영리 연구 단체들로 구성되었는데요. 지리 공간적 콘텐츠와 서비스, 센서 웹, 사물 인터넷, GIS 데이터 처리, 데이터 공유를 위한 개방형 표준을 논의하는 단체였습니다. 현실의 지리 정보를 가상 공간에 구현하는 것에 대해 빅테크는 일찍부터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이 프로젝트를 이어받은 MSF는 현실 세계의 지리 공간을 가상으로 표현하는 기술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현실 객체를 구성하는 소재와 물성, 소리 등과 같은 수많은 정보를 가상의 콘텐츠에 담고자 하였습니다. 그래서 Use case로 현실 세계 데이터를 가상으로 연동하는 작업을 하는 OGC Testbed-19라는 디지털 트윈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콘텐츠를 생성하고 편집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2차원 컴퓨팅이 아닌, 새로운 컴퓨팅 기술이 필요한데요. 즉, 메타버스와 공간 정보의 융합을 위해 더욱 현실에 가깝게 모사한 공간 정보 데이터 구축 및 업데이트 기술이 요구됩니다. 이는, 사용자에게 대용량 공간 정보 데이터를 제공하기 위해 쿼드트리(Quad Tree) 기반의 데이터 처리 및 관리를 통해 가능한데, 이 기술은 현재 Cesium이 상업용 웹 기반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 쿼드트리 (Quad Tree) : 트리 자료구조중 하나로 부모노드 아래에 자식노드를 4개씩 가지고 있는 트리 구조. 이미지, 용량, 충돌 (콜리젼) 등 다양한 곳에서 최적화 기법으로 사용되고 있음. 지형을 만들어주는 군수 개발 쪽으로 쓰이는 테라 비스타 (TERRA Vista) 라는 프로그램에 적용된 알고리즘으로 수백 테라바이트(TB) 이상의 대용량 데이터를 쿼드트리 알고리즘으로 나눠 각각을 위치 기반으로 제공해 사용자가 필요한 데이터를 빠르게 검색 후 사용할 수 있는 기술
- Asset Management : 거대 디지털 트윈을 위한 Web3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개발한 사람들에게 공정한 보상이 돌아가지 않는다면 활성화 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MSF는 초거대 디지털 트윈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참여자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자산의 권리와 거래 모델을 확립하는 것을 또한 중요한 과제로 보았습니다.
이 워킹 그룹에는 Web3 분야의 주요 기관인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 OMA3(Open Metaverse Alliance for Web3) 들이 참여해 ‘ISO 19135-1:2015’라는 지리 정보 항목 등록 절차에 대한 상호 운용성 표준 과제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빅테크와 혁신 기업이 모여, 메타버스를 이야기하는 곳인 메타버스 표준 포럼, MSF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생각해 봅니다. 왜 MSF는 표준을 이야기하는 것일까요? 이들이 바라보는 메타버스가 너무 거대한 비전이기 때문입니다. 빅테크 기업과 각 영역의 대기업, 스타트업, 학계가 쏟고 있는 노력이 하나의 방향을 향해 모아질 수 있도록, MSF는 표준이라는 다리를 놓고자 합니다.
이 표준화를 통해 시각적 시뮬레이션의 도구인 디지털 트윈 메타버스에는 AI나 수퍼/퀀텀 컴퓨팅 기술이 필연적으로 결합될 것입니다. 인체를 구성하는 DNA, 지구 전체를 순환하는 물, 바람과 사람을 타고 이동하는 병균의 움직임을 눈으로 보고 예측하는 시대가 올 때까지, 표준의 토대를 놓고 참여자 각각의 노력에 대한 공정한 보상 시스템을 마련하려는 MSF의 노력이 부디 결실을 맺을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또한, MSF가 현재 워킹 그룹으로 진행 중인 기술 과제들에서도 시사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난제 해결의 도구로서 메타버스는 현실의 100% 재현을 추구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가 지금까지 3D라고 불렀던 기하학적 입체 미디어를 넘어, 물성과 물리 속성을 가진 객체를 미디어로 구현해야 합니다. 이러한 파일을 생성하고, 공유하고, 처리하기 위해서는 컴퓨팅 프레임워크와 미디어 전송 방식에서 커다란 혁신이 필요해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생태계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빅테크와 신생 혁신 기업들이 들이고 있는 노력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들은 매주 MSF에 모여 치열하게 토론하고 때로는 협력하며 서로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을 지켜보고 있으면, 메타버스는 끝난 것이 아니라 아직 시작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메타버스는 잠시 가라앉았을지도 모릅니다. 가라앉았을 뿐 없어진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물밑에서 어떤 것이 꿈틀거리고 있는지, 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이번 테크스토리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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