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하나의 앱이 있습니다. 등장하는 캐릭터는 여러 종류의 새와 돼지뿐이고, 화려한 그래픽이나 호화찬란한 이야깃거리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 앱 시리즈는 전 세계 60억 인구의 4분의 1보다 많은, 17억 번의 내려 받기가 이루어졌습니다.
이 앱의 이름은 '앵그리 버드(Angry Birds)'입니다. 게임도 영화나 책처럼 하나의 콘텐츠입니다. 국내에서 천 만 명 이상 관람한 영화는 흥행 대박이라 합니다. 하지만 앵그리 버드는 전 세계에서 17억 회 이상 내려 받기가 되었습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 대부분은 앵그리 버드를 즐겼다는 뜻입니다. 핀란드의 작은 게임 개발사인 로비오 엔터테인먼트가 이룩한 쾌거입니다.
앵그리 버드의 성공 이유
1) 간단한 조작법
앵그리 버드의 조작법은 매우 간단합니다. 새를 날려서 돼지들을 하나씩 제거하면 됩니다. 그러나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새를 이용해서 지도상의 모든 돼지를 제거해야 하므로 생각보다 머리를 잘 써야 합니다. 이렇게 단순한 조작법 때문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이 쉽게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2) 호감가는 캐릭터
그리고 아기자기한 캐릭터도 큰 힘이 되었습니다. 비록 머리밖에 없지만 다양한 종류의 새 모습과 악당이라도 귀여울 수밖에 없는 돼지들의 모습에서는 어린아이들이라도 거부감을 느낄 수 없을 겁니다. 콘텐츠 사업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이 캐릭터에서 시작됩니다. 캐릭터는 돈이 됩니다. 이를 반영하듯, 앵그리 버드 홈페이지에 가면 별도의 온라인 샵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장난감, 게임, 의류, 액세서리, 책과 문구류가 판매되고, 모두 앵그리 버드 캐릭터들을 이용한 것들입니다.
3) 적절한 타이밍
만약 앵그리 버드가 2013년에 출시되었다면 지금처럼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스마트폰용 게임은 지금도 하루에 몇 개씩 출시되고 있습니다. 앵그리 버드보다 더 독특하고 재미있고 그래픽도 좋은 게임들 속에서 앵그리 버드가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앵그리 버드는 2009년에 출시되었습니다. 이때는, iPhone 3G가 출시된 지 불과 몇 개월 지나지 않았을 때였고 본격적인 스마트폰 경쟁이 시작되던 시기였습니다. 앱의 수도 절대적으로 부족했고 쓸만한 앱도 그리 많지 않았든 시기를 지나던 과도기에서 앵그리 버드의 등장은 가뭄 속 단비와 같았습니다.
그리고 안드로이드 계열의 스마트폰이 본격 등장할 때에도 앵그리 버드는 구글 스토어에 같이 등록되었습니다. 삼성전자 갤럭시S의 보급은 곧 안드로이드 버전의 앵그리 버드가 확산하는 또 다른 계기가 된 것입니다.
4) 지속적인 업데이트
스마트폰용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은, 쉽게 즐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쉽게 즐길 수 있는 만큼 쉽게 질릴 수 있어, 그 인기가 오랫동안 지속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카카오톡 기반의 게임들을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갑자기 등장해서 순식간에 인기몰이를 하고 전 국민을 열풍에 휩싸이게 하지만 어느새 잊히고 그 자리를 다른 게임이 채우고 있습니다.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콘텐츠의 업데이트보다는 유료 결제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앵그리 버드는 오리지널 버전 1개 이외에 스페셜 에디션 버전이 4개나 업데이트되었습니다. 각각의 버전에는 또 수십 개의 에피소드들이 있고, 가장 최근에 나온 버전은 'Angry Birds Star Wars' 에디션으로, 2012년 11월에 출시되었습니다. 이런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구매하면 필수 앱으로 앵그리 버드를 설치하는 것입니다.
앵그리 버드, One Source Multi Use의 힘
2012년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약 6억 6천만 대였고, 2013년은 8억 5천만 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앵그리 버드는 이미 17억 회의 내려 받기를 기록하였습니다. PC와 태블릿에서 내려 받는 횟수를 제외하더라도 1 스마트폰 1 내려 받기를 넘어선 수준입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올해에 20억 내려받기를 가볍게 넘어설 것입니다.
앵그리 버드는 자체 유료화를 통한 수익도 있지만, 광고 게재와 캐릭터 사업을 통해서도 꾸준한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 말은, 앵그리 버드의 업데이트가 지금처럼 지속하는 한 꾸준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앵그리 버드는 'One Source Multi Use'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잘 만든 게임 하나로 여러 가지 수익 모델의 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다. 반짝 떴다가 사라지는 스마트폰 게임들 속에서 앵그리 버드는, 스마트폰 게임이 가야 할 길을 제시해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